검찰 고검장·검사장들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지휘권 행사와 관련, “위법 소지가 있다”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의 지휘권 자체를 박탈하는 지휘’는 검찰청법 테두리를 벗어나며, 예외적으로 행사돼야 할 지휘권이 남용된 나쁜 전례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앞서 대검찰청 중간간부들의 2일 회의에서는 추 장관 지휘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입장을 표명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
전국 고검장·지검장들은 3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8층에서 순차적으로 윤 총장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소집된 검찰 고위 간부들은 전날 윤 총장이 “당부당(옳고 그름)을 가려 원칙을 따르자”고 제안한 데 따라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윤 총장과 대립해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으로부터 ‘참석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연락을 받고 불참했다.
고검장·지검장 회의에서는 “검찰청법으로 보장된 검찰총장의 지휘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의견이 주로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검사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장관이 총장의 지휘 자체를 지휘하는 것은 선후 관계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장은 “‘총장만 지휘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지휘가 과연 가능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심이 된 윤 총장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그럴 만한 일이 아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장은 “이런 정도의 사건으로 거취를 표명할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회의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총장에게는 지휘해야 할 다른 중요한 사건이 많다. 소모적인 논쟁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앞서 열린 대검 중간간부급 회의에서도 추 장관 지휘에 문제가 있어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특히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으로부터 수사 결과만을 보고받으라’는 지휘에 대해서는 “윤 총장의 지시에 불응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도 손을 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회의 말미엔 평검사들이 입장문을 내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윤 총장의 공식입장 표명 이전엔 섣부르다는 이유로 미뤄졌다.
법무부는 검찰 내 여론을 의식한 듯 “수사팀 교체나 특임검사 주장은 이미 때늦은 주장이며 장관의 지시에 반한다”는 입장을 냈다. 법무부는 “상당한 정도로 관련 수사가 진행됐다”며 수사팀 교체가 필요 없음을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그동안 “일부는 전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에 반대해왔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