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 ‘강남 집’ 사수하면 백약이 무효

입력 2020-07-04 04:02
6·17 대책에도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지면서 민심이 싸늘하다. 이 와중에 “정책이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주무부처 장관의 발언은 국민 분노까지 촉발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청와대로 호출해 구체적 방안까지 직접 지시했다. 어제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동산시장이 매우 불안정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근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할 정도로 민심이 이반되자 여권이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은 다주택자 부담 강화, 실수요자 지원 방안 마련 등이다. 청와대 참모들에겐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21대 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로 삼으라고 별도 지시했다. 보유세를 강화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은 지난해 12·16 대책의 핵심인데 20대 국회에서 야당 반발로 처리가 무산됐다. 집값 안정의 요체는 보유세 강화라는 점에서 이번 국회에서는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그간 정부 대책은 땜질·뒷북 처방이었다. 현 정부 들어 21차례 대책이 나왔지만 실패를 거듭한 이유다. 게다가 수요 억제에만 치우쳐 한계를 노출했다. 한데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주택 공급 물량 확대도 주문했다. 정책 기조의 문제점을 보완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제라도 근본 처방을 강구해야 한다.

이렇게 대통령까지 나섰으면 청와대 참모와 정부 고위직의 ‘시그널’이 일관성 있어야 한다. 하지만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에 이어 또다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의 다주택자들에게 이달 중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라고 강력히 권고하면서 자신은 서울 반포 아파트가 아닌 청주 아파트를 처분한다고 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아들이 살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강남 불패 신화’를 자인하며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고수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그것이다. 현재 청와대 내 다주택 보유자는 12명이다. 장관을 비롯해 정부 부처 고위 공직자와 국회의원 중에서도 다주택자가 수두룩하다. 이들이 여러 채를 움켜쥐고 있는 한 정책이 먹힐 리 없다. 집값이 올라야 이득을 볼 수 있는 이들이 정책 설계를 제대로 할 리도 없다. 이러니 백약이 무효였던 게다.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솔선수범하지 않는 이율배반적 행태의 고위 공직자들을 교체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신뢰가 조금이나마 회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