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지휘권 발동에… 윤석열 “당부당 잘 가려 원칙 따라야”

입력 2020-07-03 04:06 수정 2020-07-03 04:06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하라고 지휘했다. 대검찰청은 긴급회의를 통해 자문단 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지휘권 행사 이후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를 보였고, “당부당(옳고 그름)을 잘 가려 기본적으로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은 이날 “전문수사자문단 심의를 통해 성급히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은 진상 규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심의 절차 중단을 지휘했다. 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하라고도 했다. 사실상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특임검사에 준하는 권한을 달라”는 공개 건의를 받아들인 셈이다. 검사 범죄를 수사하는 특임검사는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

추 장관의 지시는 검찰청법에 따른 것이다.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검 간부들은 점심 무렵부터 긴급회의를 열었고 오후 5시40분쯤 “내일(3일) 전문수사자문단은 소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발표됐다. 다만 수사팀에게 특임검사에 준하는 권한을 주라는 지휘에 대해서는 구체적 응답이 나타나지 않았다. 대검은 검사장 간담회를 통해 전국 검사장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추 장관의 지시를 따를 것인지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대검 과장 연구관들의 회의에서는 추 장관의 지휘가 위법적이라는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의 2번째 지휘 내용이 검찰청법으로 보장된 검찰총장의 지휘감독권 모두를 부정한 것이라고 해석됐기 때문이다. 일부 간부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이번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사실상 윤 총장 사퇴 압박 메시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도 추 장관 비판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출신인 김수현 부산지검 형사1부장은 “장관은 언론의 의혹 제기만으로 사안의 성격을 단정한 뒤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있어 이는 그 전제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대검찰청 감찰2과장을 지낸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은 “장관의 지휘가 자칫하면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검사들에게 매우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