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충돌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장관의 공식 지휘권 행사는 전례가 한 번뿐이다. 윤 총장이 거부하면 사상 초유의 일이 되며, 검찰 수장이 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대검에서는 추 장관의 지시에 위법성이 있다는 격한 반응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 주요 간부들은 이날 추 장관의 지휘권 수용 여부를 놓고 회의를 거듭했다. 검찰총장이 사건에서 손을 떼고 수사팀이 맡으라는 장관의 지휘가 적절한지에 대해 격론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2005년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구속, 불구속 여부와 관련된 것이었는데 이번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전체 수사에 총장이 관여하지 말라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대검 과장급 이하 회의에서는 추 장관의 지시가 위법하다는 지적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청법상 보장된 총장의 지휘감독권 자체를 부정하는 지시라 부당하다는 얘기다.
추 장관의 지시는 수사팀이 기소 여부 등 사건의 최종 처분까지 내린 후 윤 총장에게 결과만 보고하라는 것이다. 대검 내부에서는 지시를 따를 경우 검찰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고민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이번 지시가 수사 결과만을 총장에게 보고하는 특임검사에 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현직 검찰 간부는 “특임검사도 아예 총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최종 보고는 한 후 사건을 종결하는 식으로 운영돼 왔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사 방식에 대해서도 당연히 지시가 가능한 것”이라며 “장관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경우는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수사지휘 공문의 전문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는데 일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사실상의 ‘망신 주기’라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 윤 총장은 이번 지휘권 발동에도 사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에 의한 것이라 지휘권은 일단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총장은 아무리 정권이 흔들어도 자리를 지키는 것이 검찰 독립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3일 열리는 대검 검사장 회의 결과 등을 지켜보고 향후 수사 일정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는 일반 시민 등으로 구성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다. 수사심의위는 대검 예규에 따라 열리는 것이고 검찰 개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거부할 명분은 없다.
만약 심의위에서 불기소 의견이 나올 경우 수사팀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수사팀은 자문단과 심의위 모두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다음에 열리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 심의위가 열리면 채널A 이모 전 기자 측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 측이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다는 점 등을 부각할 계획이다.
수사팀은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조사도 다시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추 장관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았고 소환에도 불응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한 검사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검사장 측은 추 장관이 형사사건과 관련한 공보준칙을 어겼다며 반발하고 있다.
나성원 허경구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