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민심에 놀란 文, 김현미 호출·종부세법 지시

입력 2020-07-03 04:01
문재인 대통령. 서영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일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긴급 보고를 받고 주택 공급물량 확대와 다주택자 부담 강화 등을 지시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청와대 다주택 참모들에게 한 달 내에 1채만 남기고 처분할 것을 강력 권고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불만이 임계점에 다다르자 청와대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 장관으로부터 부동산 상황에 관한 보고를 받은 뒤 “정부가 상당한 물량의 공급을 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발굴을 해서라도 추가로 공급물량을 늘리라”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내년 시행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했다. 이어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부담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주택 실수요자와 생애 최초 구입자, 전·월세에 거주하는 서민들의 부담을 확실히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생애 최초 구입자에 대해서는 세금 부담을 완화하고, 생애 최초 특별공급 물량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에게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보완책이 필요하면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지 추가 대책을 만들라”고 했다. 대통령 지시에 따른 구체적인 정책은 국토부가 관계 부처와 협의해 빠른 시일 내 마련키로 했다.

김 장관의 보고는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청와대가 그만큼 부동산 민심이 심상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보고를 받기 전 참모들에게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21대 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강화된 종부세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20대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불발됐었다.

노 실장은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에게 법적으로 처분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이달 중으로 1주택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노 실장 본인도 보유 중인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 6·17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만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청와대가 지난해 12월 수도권 다주택 참모들에게 1채만 남기고 팔라고 했음에도 대다수가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론 악화로 인해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졌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15주 만에 50%대가 붕괴됐다.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3.9% 포인트 내린 49.4%로 집계됐다. 30대에서 7.4% 포인트 떨어져 하락 폭이 가장 컸는데, 부동산 실수요자가 많은 연령대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조사는 TBS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전국 유권자 150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