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 예고에… 이동식·창문형 에어컨 ‘돌풍’

입력 2020-07-05 18:09
국내 시장에 창문형 에어컨을 처음 선보인 가전업체 파세코는 지난 4월 초절전·인버터 타입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파세코 제공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상되면서 냉방가전을 찾는 손길도 많아지고 있다. 올해는 특히 설치가 간편한 이동식·창문형 에어컨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신흥 강자’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개학연기, 재택근무로 각 방에 머무는 가족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곳곳에 차가운 바람을 공급할 보조 냉방가전의 수요를 끌어올렸다.

5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냉방가전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84.5% 증가했다. 올 들어 본격 판매를 시작한 이동식·창문형 에어컨을 찾는 고객도 꾸준히 늘어 6월 이동식 에어컨 매출은 전월 대비 5배 늘었고, 창문형 에어컨 판매도 9배 증가했다.

G마켓에서도 지난 5월 24일부터 한 달 간 전년 동기 대비 판매 신장률이 창문형에어컨은 272%, 이동식에어컨 82%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제품 전시를 늘려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식·창문형 에어컨의 가장 큰 장점은 실외기가 필요 없어 설치가 간편하다는 점이다. 직접 설치가 어려워 전문기사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비용이 실외기가 필요한 에어컨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동식 제품과 창문형 제품은 공간의 특성과 생활 패턴 등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다. 먼저 창문형 에어컨의 경우 에어컨을 부착할 수 있는 일정 크기의 창문이 있고, 장시간의 냉방이 필요한 개인 공간에서 효율적 사용이 가능하다.

이동식 에어컨은 방 안 공간을 차지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다. 창문에 배기관을 장착할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설치가 가능해 창문이 작은 원룸 등에 적합하다.

가전업계도 신제품을 내놓으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파세코는 지난해 5월 국내에 처음으로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 1년만에 누적 생산량 10만대를 기록했다. 최근 판매량이 출시 한 달 만에 1만대를 돌파하면서 올 여름 1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량 국내 생산’을 내세우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신일전자와 귀뚜라미, 캐리어에어컨도 홈쇼핑 방송 등을 통해 창문형 에어컨 판매에 가세했다. 신일전자 측은 “지난 몇 년 간 가정용 보조 냉방가전으로 이동식 에어컨을 출시해왔지만, 창문형 에어컨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고려해 올해부터 본격 보급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실내에서 옮기며 사용할 수 있는 이동식 에어컨을 5월 선보이고 판매에 돌입했다. LG전자 제공

대기업 중에선 LG전자가 올해 처음 이동식 에어컨을 선보였다. 창문을 조금 열어 키트를 설치하는 배관 연결 작업이 필요하지만 기존 정속형 모델보다 에너지를 최대 29% 절약한다. 정음모드를 사용하면 소음이 42㏈에 불과하다.

이동식·창문형 에어컨은 그동안 낮은 에너지 소비효율과 소음 등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 향후 제품은 이런 문제점이 꾸준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시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형태의 냉방가전이 신흥 강자로 떠오르면서 대기업을 비롯한 다수 기업이 뛰어들며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