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이후 곳곳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삭감을 놓고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저임금 확정에 앞서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국내 4개 편의점 브랜드 점주들이 모인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최저임금을 지난해 최저임금 상승분인 2.87%만큼 삭감하라”고 요구했다. 협의회는 “편의점주 절반 이상이 월 최저임금의 절반밖에 벌지 못하고, 이 가운데 20%는 인건비와 임대료도 지불할 수 없는 적자 점포”라며 “하지만 최근 3년간 최저임금이 32.7% 인상되면서 편의점들의 지급능력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강조했다. 점주들은 최저임금을 주지 못해 범법자가 되거나 폐업을 해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다른 편의점 점주 단체인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측되는 상황에서 편의점업계는 임금 인상 여력이 하나도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대량 폐업과 대규모 해고 사태를 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전날 노사는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보장을 위해 16.4% 인상(1만원)을 요구했다. 반면 경영계는 경영여건과 고용상황이 나빠졌다며 2.1% 삭감(8410원)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각 지역본부는 이날 최저임금 삭감안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경영계를 비난했다. 부산본부는 기자회견에서 “경영계는 코로나 사태로 위기에 직면했다지만 최저임금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거나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라며 “경영계는 최저임금 삭감안을 철회하고 최저임금법 취지와 목적에 따라 인상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7일 열리는 5차 전원회의에서도 노사는 인상과 삭감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양측이 서로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1차 수정안을 제출해 달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