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검·언 유착’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수사지휘권을 전격 발동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맡은 이 사건에 대해 윤 총장이 지휘에서 손을 떼고 독립적 수사를 보장하라는 지시 공문을 발송했다. 수사팀은 수사 결과만을 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또한 사건 처리를 논의하기 위해 윤 총장이 3일 소집한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공문을 통한 수사지휘권 발동은 헌정 사상 두 번째다. 2005년 천정배 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권을 발동한 이후 15년 만이다. 당시 김종빈 총장은 지휘 내용을 이행한 뒤 검찰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이유로 사퇴한 바 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이 극한 상태까지 간 것은 우려스럽다. 지휘권 행사가 총장의 거취 문제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성을 잃은 듯한 국가기관끼리의 다툼은 국민을 불편하게 한다. 이틀 전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의 정면 충돌도 볼썽사나운 일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이 자문단 관련 절차 중단과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 독립성을 수사팀에 부여해달라는 건의를 하자 대검이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고 일축하면서 전례없는 내분 양상으로 번졌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이제 법무부, 대검, 서울중앙지검이 심각한 파열음을 내며 막다른 골목까지 온 느낌이다. 일단 검찰청법 8조에 따른 지휘권 행사는 유감이다. 이는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역대 장관들이 발동을 자제해온 권한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사태는 윤 총장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윤 총장은 사건에 연루된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을 보호하려고 일방적으로 자문단 회의를 소집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도 불가피한 상황이라 심의위와 자문단의 결론이 다를 경우 혼란은 극에 달할 게 뻔하다.
이 상황에선 윤 총장이 장관의 지휘권을 전향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일단 자문단 소집은 취소했다. 수사팀에도 특임검사에 버금가는 독립성을 보장해줘야 한다. 자신의 측근이 수사 대상이 됐다면 오히려 수사 과정에서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자중하는 게 상식이다. 수사팀 의견을 존중하되 수사 지휘부가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면 될 일이다. 국민은 오로지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길 바랄 뿐이다. 그러려면 수사팀이 흔들리지 않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사 마무리를 할 수 있게 전권을 줘야 한다.
[사설] 윤석열이 자초한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발동
입력 2020-07-0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