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시행된 첫날부터 7명이 이 법 위반으로 체포됐다. 홍콩보안법 전문에서는 ‘최대 무기징역’ ‘본토 압송’ ‘비공개 재판’ 등 비민주적 조항들이 다수 확인됐다. 홍콩보안법으로 홍콩의 법치와 민주주의, 인권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이날 200여명을 체포했으며 이 가운데 7명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나머지는 불법 집결, 공격용 무기 소지 등의 혐의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서 중국으로 홍콩의 주권이 반환된 지 23주년 되는 이날, 집회 불허에도 불구하고 홍콩 도심 곳곳에서는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가 열렸다. 경찰은 ‘독립·전복 등의 의도를 갖고 깃발을 펼치거나 구호를 외치는 행위는 홍콩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깃발을 내걸고 시위대에 경고를 보냈다.
홍콩보안법은 전날 오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를 통과해 오후 늦게 발효됐다. 법안 전문은 법이 시행된 후 뒤늦게 공개됐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과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개 범죄 유형을 규정하고 해당 범죄를 저지른 핵심 인물이나 죄질이 중한 경우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외국 세력과의 결탁’ 범죄에는 중국·홍콩에 대한 제재를 외국에 요청하는 행위도 포함시켰다. 미국 성조기를 들고 시위를 하거나 ‘홍콩 독립’을 외치는 행위, 역외에서 벌어지는 외국인의 위법 행위도 처벌 대상이 될 전망이다.
홍콩보안법은 또 중앙정부가 홍콩에 국가안보처를 설치토록 해 홍콩의 안보정세 분석, 전략 및 정책 수립 의견 제시, 감독·지도·협력을 하도록 했다. 사실상 홍콩의 안보 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무소불위 기관이 새로 생기는 것이다.
특히 외국 세력이 개입했거나 홍콩 정부의 법 집행이 어려운 상황,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있는 안건에 대해서는 국가안보처가 관할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국가안보처 관할 사건은 조사와 기소, 재판 등에서 중국 형사소송법을 따르도록 했다. 이에 따라 홍콩보안법 위반자들을 중국 본토로 압송해 재판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홍콩 민주파인 공민당 소속 알빈 영 의원은 “어떤 사건이 국가안보처 관할권 범주에 드는지는 중국 정부가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그들은 자의적으로 누구든 체포, 중국으로 송환해 비밀 재판에 넘길 수 있다”고 비난했다.
홍콩 정부 산하에 설치되는 ‘국가안보수호위원회’는 정부기관의 국장·처장급으로 구성하되 중앙정부가 파견하는 고문을 두고 감독도 받도록 했다. 국가안보수호위는 어느 홍콩 정부기관의 간섭도 받지 않고 업무 정보는 비공개이며 위원회 결정은 사법부의 심리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초법적 기구인 셈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홍콩보안법이 제정되자 3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중국이 홍콩을 독재주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홍콩에 특별한 대우를 제공하던 정책을 소수 예외를 두고 철회하겠다”고 경고했다.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스위스 등 27개 국가는 이날 줄리언 브레이스웨이트 주제네바 영국대표부 대사의 유엔 인권이사회 연설을 통해 “중국과 홍콩 정부가 이 법 시행을 재고하기를 촉구한다”고 공동으로 촉구했다. 한국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