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월 한국 경제의 가까운 미래에 대한 전망이 국내외 경제기관에서 엇갈리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이 회원국 중 유일하게 ‘선행지수 100’을 기록했다며 경기 회복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통계청의 선행지수는 98.9로 하강 국면을 유지했다. 경기 판단 지표가 서로 다르면서 시장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OECD가 지난 10일 발표한 ‘5월 선행지수(CLI)’에서 한국은 100.0을 기록했다. CLI는 가까운 미래를 전망하는 대표적인 경기 지표다. 통상 100 이상이면 향후 경기가 좋다는 것을, 100을 밑돌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한국의 CLI는 2019년 9월(99.2) 전월 대비 상승세로 반등한 후 9개월 만에 100.0을 찍었다. 100 이상인 회원국은 한국이 유일하다. OECD 평균은 95.7이며, 미국은 94.8, 중국은 96.2, 일본은 97.6 등이다.
그러나 통계청이 지난 30일 발표한 ‘5월 선행지수’는 전혀 달랐다. 98.9로 ‘100’ 이하를 나타냈다. 또 올해 2월 100.2를 찍은 후 4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경기 반등이 멀었다는 뜻이다.
두 기관의 선행지수 구성은 비슷하다. 재고순환, 주가, 장단기금리차, 경제심리지수 등을 반영한다. 그럼에도 분석이 다른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불확실성과 OECD 지표의 부정확성 때문이다.
OECD의 CLI는 발표와 분석 시점에 ‘2개월’ 시차가 있다. 예를 들어 6월 발표의 분석 대상은 ‘4월’이다. 그런데 OECD는 코로나19가 터지자 지난 3월 ‘1월 CLI’ 발표를 취소했다. 이후 1~3월 CLI를 4월에 함께 내놨고, 5월부터 급박한 상황을 고려해 발표와 분석 시점을 ‘1개월’로 줄였다.
이 말은 OECD가 평소처럼 분석할 시간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각 국가의 상황을 일단 추정치로 반영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여전히 세계 경제가 나쁜데, 5월 CLI는 한국뿐만 아니라 OECD 평균과 미국 등도 전월보다 상승했다.
결국 한국이 100을 기록했지만, 회복을 속단하기 어려운 것이다. OECD는 향후 과거 수치도 수시로 재조정, 당국의 경기 예측을 어렵게 하고 했다. 추정치가 확정치로 바뀌면 CLI가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또 OECD는 ‘자본재 재고’를 투자의 개념으로 반영하는데, 최근 제조업 부진에 쌓인 재고가 오히려 긍정 요소가 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OECD 선행지수를 많이 참고하는데, 요새는 ‘악마의 지표’로 불리고 있다”며 “공표 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수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OECD조차 최근 “상당한 불확실성으로 선행지표 능력이 크게 축소되었다”는 주석을 달았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