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도 돌려받을 수 있나요?” 속 타는 사모펀드 투자자들

입력 2020-07-02 04:02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라임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전액 배상을 결정했다. 금감원 분조위에서 전액배상 결정이 내려진 건 처음이다. 연합뉴스

“제가 가입한 라임자산운용 펀드도 엉터리였습니다. 100% 배상받을 수 있겠죠?”

라임자산운용 ‘크레디트 인슈어드(CI) 1호’ 펀드에 투자한 김문영(가명·58)씨는 1일 금융감독원의 ‘라임 무역금융펀드 전액 배상’ 결정에 이렇게 호소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은행 직원 권유로 퇴직금 3억원을 투자했다가 1년 가까이 속앓이만 하고 있다. 그는 “악몽 같은 이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1조70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진 라임자산운용의 모(母)펀드는 총 4개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100% 배상 결정을 내린 건 무역금융펀드 하나다. 김씨가 가입한 CI 1호 펀드를 비롯해 나머지 펀드 2개(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는 아직 손실이 확정되지 않아 분쟁조정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판매사(은행, 증권사 등)를 통해 투자 자금 일부를 선지급 받긴 했지만, 원금을 모두 돌려받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금감원이 ‘100% 배상’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역금융펀드 판매 과정이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판단에서다. 무역금융펀드는 2018년 11월 이후 주요 투자자산인 해외 무역금융펀드(IIG 등)가 망가지며 투자 원금이 98%까지 훼손됐다. 그럼에도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계약을 맺은 신한금융투자는 부실을 은폐했고, 운용방식을 바꾸면서 펀드 판매를 이어갔다. 판매사들도 수익률 등이 조작된 투자제안서를 고객에게 그대로 보여주며 ‘안전한 상품’이라고 권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허위내용 설명 등으로 합리적 투자 판단의 기회가 박탈됐다면 투자자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른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비롯해 디스커버리·옵티머스 사모펀드 등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도 사기와 착오, 불완전판매 등을 이유로 ‘100% 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초고위험 상품인 사모펀드가 시중은행 등을 통해 안전한 상품으로 둔갑하고, 무역금융펀드와 유사한 방식으로 팔렸다는 게 이들의 호소다. 금감원은 나머지 사모펀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투자 손실이 확정된 이후 분쟁조정 절차 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펀드 판매 계약 이전에 불법 행위가 있었고, 투자자의 중과실이 없다면 (무역금융펀드와) 비슷한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금감원) 검사나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게 선결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무역금융펀드 판매사 4곳(우리·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과 투자자들은 각각 전액 배상 결정을 통보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결정을 받아들이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긴다. 판매사들은 “결정문을 받고 내부 의사결정을 거쳐 수락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모인 ‘공동대책위원회 준비모임’은 “판매사들은 100% 반환 결정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민철 박재찬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