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 이후 소강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8월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이 한·미 훈련에 반발해 보류 결정을 철회하고 군사적 긴장을 높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와 가까운 인사들은 한·미 훈련 전에 북한과 협의하거나 훈련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미 훈련을 보다 고강도로 실시해야 한다고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1일 한국언론진흥재단 포럼에서 “8월에 훈련을 시작하면 규모와 관계 없이 북한은 비판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그 전에 남북 간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북한도 (한·미 훈련을) 맹목적으로 비판해서는 안 된다. 자주의 역설을 거치지 않으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가져올 수 없다”며 “(훈련이) 평화와 안정에 필요하다는 것을 북한도 알아야 하며 이를 위한 남북 접촉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군은 문재인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 안에 전작권 전환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8월 한·미 훈련은 전작권 전환의 두 번째 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을 검증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첫 단계에 해당하는 기본운용능력(IOC)는 지난해 평가가 끝났으나 FOC 검증은 올해 한·미 훈련이 지연되면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전작권 전환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필수적 요소인 만큼 북한이 한·미 훈련을 용인토록 설득해야 한다는 게 문 교수의 설명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한·미 훈련 중단까지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북한이 핵을 포기토록 유도하려면 우리 측도 내주는 게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의 핵 포기는 한반도 안보 환경에서 팔다리 하나를 자르는 셈”이라며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상대방의 팔다리를 자르면 좋겠지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훈련 중단은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중단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를 진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미 훈련이 보다 강도 높게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미동맹 포럼에서 “제병합동 실사격 훈련 등 강도 높은 훈련을 주야간에 공중과 지상에서 해야 한다”며 “(한·미 군 당국이) 지휘관 훈련을 했지만 연 2회 실시하는 전구급 훈련의 효과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상시전투태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우선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전작권 전환은 조건을 기초로 한다”며 “수십년 미래에 영향을 미칠 전략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측에서 전작권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내실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면서도 “완전히 충족하려면 아직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군 안팎에서는 훈련 방향성을 두고 한·미 간에 이견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우리 군은 전작권 전환 검증을 우선하지만 미군은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게 먼저라고 얘기한다는 것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철저한 대비 태세와 훈련 강화를 강조하면서 이 같은 관측에 더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조성은 문동성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