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노총 강경파에 발목 잡힌 22년 만의 노사정 대타협

입력 2020-07-02 04:01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사실상 무산됐다. 노사정 대표자들이 1일 오전 협약식을 열 예정이었지만 민주노총이 불참해 취소됐다. 국무총리실 주도로 양대 노총, 경총, 대한상의,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노사정 6개 주체들이 40여일간 협상을 통해 어렵게 만들어낸 결과물이 휴지조각이 된 것이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최종 합의안에 서명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지만 내부 강경파들의 반발을 넘지 못했다. 오전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금속노조 등 강경파의 강력 저지로 추인을 받지 못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위원회 합의 이후 22년 만의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노사정 합의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일로 노사 간 불신의 골이 깊어져 사회적 대타협은 더 어려워졌다.

이날 발표하려던 합의문에는 노사 고통 분담과 정부의 지원책 등이 담겼다. 경영계는 경영 개선 노력을 선행하고 고용이 유지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 노동계는 매출 급감 등 경영 위기에 직면한 기업이 노동시간 단축과 휴업·휴직 등 고용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수준 90%로 상향 조치를 9월 말까지 연장하고 여행업·관광숙박업 등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한해 연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합의문에는 연말까지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을 수립하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정부 입법을 추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여건이 악화되고 고용 불안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 발씩 양보해 경영·고용 위기를 극복하자는 내용이었다. 이익의 균형을 맞춘 합리적인 내용인데도 민주노총 강경파는 이를 걷어찼다. 해고 금지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고 전 국민 고용보험 추진과 관련, 특고에 대한 보장이 확실하지 않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경영계는 임금 인상 자제 및 삭감이란 핵심 요구를 철회했는데 민주노총은 자기 주장을 고집하며 끝내 타협을 거부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얼마 전 내년도 최저임금과 관련, 25.4% 인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오는 4일에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서울시가 집회 취소를 요청했는데도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한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이렇게 자기 주장만 앞세우는 일이 반복되면 반감이 커져 민주노총이 설 자리는 급격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