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모펀드 사기 관련자 처벌 수위도 높여야

입력 2020-07-02 04:03
줄줄이 이어지는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국내 자본시장의 수준을 한눈에 보여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국내 최대 헤지펀드 라임펀드의 추락은 시작이었을 뿐이다. 해외금리DLF, 디스커버리펀드, 옵티머스펀드 등 부실 사모펀드의 판매 규모가 5조원이 넘는다. 조사 결과 드러난 사실은 충격적이다. 상당수 운용사가 불완전판매 정도가 아니라 사기 행각을 했다. 펀드가 깡통으로 변한 걸 알면서도 투자자를 계속 모집했다. 금융 당국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린다는 명분에 눈 멀어 부작용은 고려하지 않고 규제를 풀어줬고, 금융감독원은 시장의 이상 징후를 방관했다. 그래서 허술한 금융 당국, 수수료에 집착해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 사기도 꺼리지 않는 비양심 운용사가 함께 친 사고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1일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원금 전액을 투자자에게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에서 ‘손실 100% 배상’ 권고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분조위는 이미 최대 98% 손실이 발생한 이 펀드를 자산운용사가 속였고, 판매사는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판매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이어질 라임의 다른 펀드와 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각종 사고가 터진 ‘사기 사모펀드’에 대한 배상에서 기준이 될 것이다.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이러한 규율 세우기는 필수적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업에 대한 규제를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 금융위는 이미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높이고 은행의 고위험 사모펀드 판매를 금지하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사전 규제가 너무 강해지면 시장 자체가 죽어버리는 문제가 있다. 불법 행위에 대한 민·형사 책임을 강화하고 집단소송을 활성화하는 등 사후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국의 경우 금융범죄 사범에 대한 처벌 수위가 매우 낮다. 피해 규모가 5000억원대의 금융 범죄를 저질러도 형량이 2년 정도에 그친다. 법무부와 사법부가 금융 범죄에 대한 형법 및 양형 기준 현실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