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하는 신보의 힘

입력 2020-07-06 17:07

#A사는 국내 1100여개 매장에서 12개 브랜드를 판매하는 패션 중견기업이다. 베트남·미얀마 등지에 생산기지를 보유할 정도로 동종업계에서 제법 잘 나가는 회사였다. 그런 A사도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19 피해를 입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영업실적이 악화됐다. 사업포트폴리오도 피해 영향이 큰 산업위주여서 계열로부터 자금지원 여력도 줄었다.

A사가 문을 두드린 곳은 정부 금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이었다. A사는 기초자산 편입심사 당시 총 차입금이 당기매출액을 초과하는 등 재무적으로 취약한 상황이었다. 신보는 그럼에도 사업구조조정을 통한 자구노력 추진 의지와 다각화된 패션의류부문 포트폴리오·로열티 수익 창출능력 등 사업경쟁력을 높이 평가해 4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지원했다. 이 결과 A사는 운영자금을 3년 장기 저리로 조달해 재무여건을 개선할 수 있었다. 또한 연 기준 약 2%p 이상 금융비용을 절감, 수익성도 회복됐다.

신보는 이처럼 유동화회사보증으로 코로나19 피해기업 재기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유동화보증은 중소·중견기업이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증제도다. 개별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등을 유동화회사(SPC)가 매입해 유동화자산(기초자산)을 구성한 후 이를 기초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한다. 유동화증권은 선순위증권과 후순위증권으로 분리, 발행된다. 선순위증권은 신보가 보증해 기관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증권이다. 후순위증권은 신보 보증 없이 개별기업이 매입하는 증권이다.

기업은 증권 발행일에 회사채 발행대금을 받아 3개월 단위로 이자를 납부하고 3년 뒤 원금을 상환하게 된다. 유동화보증은 일반보증(대출보증)과 달리 은행을 거치지 않고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또한 5억 원 이상 고액을 고정금리로 이용할 수 있어 이자부담이 적다. 보증료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신청방법도 간단하다. 중소기업은 전국 100여개 영업점에 들러 신청하면 된다. 중견기업들은 유동화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다만 회사채 등급기준으로 BB-(마이너스) 이상인 기업에 한한다. 유동화보증센터는 서울에 한 곳 있다. 센터에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비대면이나 우편으로도 서류를 제출할 수 있다. 두 곳 모두 대표 전화로 연락한 다음 신청하면 된다.

신보 관계자는 “센터는 전국에 한 곳이지만 중견기업 보증수요가 상대적으로 적고 영업점에 문의 시 바로 센터로 연결해주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현장조사도 별도로 하고 있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보는 코로나19로 하반기 기업 매출감소와 수익성 악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7~8월에도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유동성 공급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신보에 따르면 평균 유동화보증 발행금액은 1조원 안쪽이다. 2018년에 5000억원, 지난해에는 9000억원을 공급했다. 올해는 코로나19 피해로 수요가 늘면서 목표가 대폭 상향됐다. 신보는 올해 신규보증 공급금액을 8조4000억원으로 잡았다. 주력산업을 영위하는 중소·중견기업에 1조7000억원, 중견·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피해 대응 보증만 6조7000억원이다.

송금종 쿠키뉴스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