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산 유치원 식중독 사태, 당국은 뭐하고 있나

입력 2020-07-02 04:05
억장이 무너진 피해 부모들이 직접 나섰다. 당국을 믿을 수 없어서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의 한 사립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건 얘기다.

코로나 시국에 어렵게 등원한 유치원에서 급식을 먹고 식중독 증상을 보인 어린이가 112명이고, 이 중 58명은 장출혈성 대장균 양성 판정을 받았다. 심지어 일부는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일병 햄버거병) 의심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신장 기능이 떨어져 배에 구멍을 내고 큰 고통 속에 투석 치료까지 받고 있다. 아직 초등학교도 가지 않은 아이가 평생 투석 치료에 의존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힌 노릇이다.

그런데 보건 당국은 사건 발생 보름이 지났음에도 식중독의 원인조차 밝히지 못했다. 유치원이 보존식을 폐기해 원인 파악이 어렵다며 과태료를 물린 게 고작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원인을 면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지만 달라진 건 없다.

속을 끓이던 학부모 10여명이 마침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위한 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1일 안산시·경기도교육청 관계자,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상록갑) 등을 만났다. 당국이 미적대는 동안 자체 조사를 통해 오이와 당근 같은 생야채에서 감염이 시작됐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안현미 비대위원장은 “이번 사고는 비단 우리 유치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같은 문제가 또 생기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방안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해당 유치원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등으로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에 고발했다. 검찰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할 것이다. 유치원 관리·감독 책임을 맡고 있는 경기도교육청과 해당 유치원이 있는 안산시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내 아이의 일이라는 절실함과 진정성이 있으면 못 할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