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안전한 상품’이란 설득에 노후자금 1억원을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에 투자한 70대 주부 A씨에게 “은행이 손실 전액을 배상하라”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결정이 나왔다. ‘전액 배상’ 결정은 금감원 분쟁조정 역사상 처음이다. 상품을 팔 때부터 펀드 자산의 83%가 부실화됐음에도 엉터리 투자제안서를 고객에게 제시하고, 투자자 성향을 ‘적극 투자형’으로 임의로 적어 발생한 손실을 판매사가 모두 물어내야 한다는 취지다.
금융감독원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진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투자자들에 대해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A씨를 비롯한 분쟁조정 신청자 4명에 대해 전액 배상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현재 금감원에 무역금융펀드 관련해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은 총 108건이다. 여기서 2018년 11월 이후 펀드에 가입한 72건 가운데 4건을 심사해 내린 결론이다. 김철웅 금감원 분쟁조정2국장은 “이번 결과대로 판매사 4곳이 자율조정을 거쳐 원금 전액을 돌려주기로 결정하면 최대 1611억원이 투자자들에게 반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분조위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민법 109조)를 전액 배상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일부 은행은 “1년간 운영할 안전한 상품을 추천해 달라”는 50대 직장인 B씨에게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를 권유했다. 이미 펀드 자산의 98%가 날아간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은행 직원은 “보험에 가입돼 있어 안전하다”며 B씨에게 2억원을 투자하도록 했다. C장학재단도, 50대 전문투자자 D씨도 유사한 과정으로 라임 펀드에 가입해 손실을 봤다. 펀드 가입 당시부터 다양한 유형의 투자자들이 합리적으로 투자 판단을 내릴 기회가 원천 차단됐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