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前기자 “이철 편지 써놓은 뒤 검사장 만나”

입력 2020-07-01 04:06 수정 2020-07-01 13:45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당사자인 채널A 이모 전 기자가 부산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만났을 때 “사실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한테 편지를 써놨다”고 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기자 측은 이 발언이 한 검사장과의 사전 모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기자 측은 향후 전문수사자문단에 이 전 대표 대리인인 지모씨와의 녹취록 전문을 제출해 지씨의 언론 인터뷰 내용과 실제 대화와의 차이점을 밝히고, 한 검사장과의 공모 관계 등을 부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이 전 기자와 백모 기자, 한 검사장이 지난 2월 13일 부산고검 사무실에서 만난 자리를 범행 공모가 이뤄진 장소로 보고 있다. 백 기자의 녹취록에 공모 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있으며, 이 전 기자에 대한 영장청구 방침을 세운 근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에게 “신라젠 수사가 어떻게 될 거냐”고 묻자, 한 검사장은 “신라젠 사건은 서민·금융범죄” “유시민 이사장에 대해선 관심 없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 전 기자는 대화 말미에 “사실 제가 이철한테 편지도 써놨다. 곧 부칠 거다”고 했다. 이에 한 검사장이 대답 없이 “숙소는 어디세요”라고 물으며 대화가 마무리됐다고 한다. 이 전 기자 측은 이때 나눈 대화가 공모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와 백 기자의 3월 10일 통화 내용도 공모를 입증할 근거로 본다. 녹취록엔 이 전 기자가 백 기자에게 “한 검사장이 ‘일단 만나보고 나를 팔아’라고 했다”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이 전 기자는 3일 뒤 지씨를 만나 노트북으로 녹취록을 보여준 뒤 직접 읽었는데, 이때 지씨에 대한 압박이 이뤄졌다는 게 수사팀 판단이다.

이 전 기자 측은 향후 전문수사자문단 등이 열리면 실제 녹취록과 지씨 인터뷰 내용의 차이점에 대해 주장할 계획이다. 지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유 이사장을 총선 전에 폭로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채널A 측은 3월 말, 4월 초를 강조했다”고 했다. 하지만 녹취록엔 이 전 기자가 “시점은 상관없다”며 “왜 총선 그걸 생각하시는 거냐”고 지씨에게 되묻는 대목이 나온다.

아울러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이 전 기자가 지씨에게 ‘사실이 아니어도 좋다. 뭐든 얘기해라’고 말했다”고 언급했는데, 녹취록엔 이런 내용이 없다는 게 이 전 기자 측 주장이다. 최 대표는 이와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당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