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녹색 바람이 불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이 대승을 거둔 데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20조원 지원 계획을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 정원에서 시민기후협의회 구성원들과 만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데 150억 유로(약 20조원)의 재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데 함께 노력할 것”이라면서 “기후에 대한 도전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직접민주주의와 환경정책 개선에 대한 요구가 커진 프랑스에선 올해 초 150명의 시민으로 시민기후협의회가 구성됐다. 협의회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에게 기후변화와 관련해 교통과 주택, 소비, 천연자원 등의 주제에 대한 정책 제안을 내놨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전기차 확대, 항공 여행 제한 등의 내용이 제안에 포함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150억 유로의 재원 마련과 함께 환경친화적인 정책 도입, 기후 목표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수정하기 위한 국민투표 개최 방안 등을 제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동안 환경문제 해결과 관련해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협의회 제안 가운데 생태계 파괴 금지법안 입법화 등에 대해서는 찬성했지만 배당금의 4% 세금 부과안에 대해선 기업 투자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이날 대통령과 협의회의 만남은 시의적절했다”면서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이 선전한 여파로 협의회의 제안은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고 풀이했다. 가디언은 “마크롱 대통령의 약속은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이 돌풍을 일으킨 지 몇 시간 후 나온 것”이라면서 “이번 선거는 집권당의 실패를 의미하는 만큼 환경문제와 관련한 마크롱 대통령의 향후 행보는 더욱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마크롱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띤 이번 지방선거에서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는 주요 대도시에서 사실상 참패했다. 외신들은 코로나19 위기 관리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경제위기 등이 이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와 반대로 녹색당은 좌파 동맹을 결성해 리옹과 보르도, 스트라스부르 등에서 승기를 잡았다. 리옹에선 녹색당 그레고리 두세 후보가 52.0%로 LREM 소속 얀 퀴셰라 후보(30.5%)를 앞질렀다. 마르세유에선 사회당과 녹색당 연합 후보인 미셸 뤼비롤라가 38.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수도 파리에선 중도좌파 사회당(PS) 소속 안 이달고 시장이 47.9%의 표를 얻어 LREM 아녜스 뷔쟁 전 보건장관(14.5%)을 누르고 연임에 성공했다.
남서부 페르피냥에선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 소속 루이 알리오가 당선됐다. 국민들의 지지도가 높은 공화당(LR) 소속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노르망디 지역의 항구도시 르아브르 시장에 당선돼 우파 진영의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가디언은 “마크롱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 주 개각을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르아브르 시장으로 당선된 필리프 총리의 사임도 예상된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