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약발 시들, 시장상인들 “이제 어쩌지?” 근심

입력 2020-07-01 00:04

서울 강북구 한 재래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60대 상인 A씨는 요즘 신용카드 결제단말기만 보면 속이 터진다. 영세상인이었던 A씨는 그동안 주로 현금 장사를 해 왔는데, 지난달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용·체크카드로 사용하게 하면서 카드단말기를 대여했다. 문제는 각 가정에 지원된 재난지원금이 소진되면서 카드단말기가 애물단지가 됐다는 것이다.

A씨는 30일 “재난지원금 ‘약발’이 이제 다했는지 지원금 쓰겠다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단말기 대여료는 매월 1만2000원씩 꼬박꼬박 나간다”며 울상을 지었다. 재래시장에서도 카드로 재난지원금을 사용하면서 1000원어치 물건을 살 때도 카드 결제를 요구하는 손님이 는 것도 고민이다. A씨는 “한 번은 (카드를 쓰려면) 조금만 더 구매해 달라 부탁했더니 손님이 ‘수수료도 안 나가는데 왜 그러느냐’고 화를 내더라”고 했다. 재난지원금과 달리 일반 카드 매출은 수수료가 발생해 영세상인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A씨는 하소연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후 시간이 흐르면서 지원금이 대부분 소진돼 재래시장 등 영세상인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상인들은 재난지원금이 최악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숨통을 틔워줬다는 평가를 하면서도 재난지원금이 소진된 이후의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는 하소연도 적지 않다. 서울 종로구의 한 재래시장에서 의류업을 하는 김모(73)씨는 “손님이 와야 카드도 쓸 것 아니냐”며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하는 손님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70대 약사 최모씨도 “병원에 붙어있는 대형 약국이나 매출이 늘었지 우리 같은 동네 약국은 매출에 영향이 거의 없었다”며 “40년간 약국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게 2000년 의약분업 때였는데 지금이 그때보다도 더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씨는 “동네에서는 지원금 잔액으로 박카스 한 병 사먹을까 말까”라며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쓴 탓인지, 지금은 감기약조차 안 팔린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5월 31일까지 병원과 약국에서 사용된 재난지원금 비중은 10.4%였으며, 의류·잡화 매출액 증가율은 15.5%였다. 하지만 김씨와 최씨처럼 ‘코로나 불황’의 여파로 손님들 발길 자체가 끊기면서 재난지원금 혜택을 받아보지도 못한 이들이 적지 않다.

주말인 지난 26~28일 서울 강북구 수유재래시장과 종로구 광장시장 등 주요 재래시장도 비슷했다. 평소 주말이면 꽉 차던 가게도 지금은 비어있는 곳이 적지 않았다. 광장시장의 한 대구탕 가게 앞 테이블과 의자는 텅텅 비어 있었고, 빈대떡을 팔던 매대 중에는 영업을 중단한 곳도 적지 않았다. 광장시장에서 만난 한 종업원은 “지난해만 해도 줄을 서서 먹곤 했는데 지금은 아예 사람 자체를 구경하기 힘들다”며 “전보다 임금은 적게 받지만 잘리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바닥난 저소득층의 신음도 커지고 있다. 취업난에 아르바이트까지 못하게 돼 경제난을 겪고 있다는 김모(27)씨는 주로 라면이나 편의점 간편식을 구입하는 데 지원금을 썼다. 하지만 지원금을 다 소진한 이후 결국 대출을 받아야 했다. 김씨는 “누군가에겐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그래도 한 달을 버틸 수 있었던 소중한 돈이었다”면서도 “취업도 안 되는데 재난지원금을 다 써서 이제 밥벌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