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는 살아나는데… 제조업은 곤두박질

입력 2020-07-01 04:07

국내 소비가 살아나니 이번에는 제조업이 추락했다. 사람들이 긴급재난지원금 덕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전 만큼 소비를 하기 시작한 반면 제조업 지표는 외환위기 수준에 버금가는 부진을 가리켰다. 기업 심리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아 재난지원금 같은 일시적 부양책으로는 하반기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통계청은 ‘5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전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1.2% 감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올해 들어 5개월 연속 감소다. 소매판매와 서비스업은 회복세를 보였다. 5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4.6% 증가했다. 승용차 등 내구재(7.6%), 의복 등 준내구재(10.9%), 차량연료 등 비내구재(0.7%) 판매가 모두 늘었다. 서비스업생산도 도소매(3.7%) 숙박·음식점(14.4%) 등을 중심으로 전체적으로 2.3% 증가했다.

생활 방역 전환으로 사람들이 이동하고 물건을 사기 시작했다. 14조원의 긴급재난지원금도 소비를 촉진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미용, 가구, 숙박, 음식 등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5월 소비가 증가했다”며 “소매판매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까지 반등했다”고 말했다.

반면 제조업 부진은 깊어졌다.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6.7% 감소했다. 교역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자동차(-21.4%) 기계장비(-12.9%) 등의 생산이 줄었다. 제조업평균가동률은 63.6%로 금융위기인 2009년 1월(62.8%) 이후 가장 낮았다. 물건이 팔리지 않아 창고에서 썩고 있는 재고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128.6%로 전월 대비 8.6% 포인트 상승했다. 외환위기인 1998년 8월(133.2%) 이후 최고치다.

이로 인해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8포인트 하락해 96.5를 기록했다. 1999년 1월(96.5) 이후 최저치다. 6개월 이후 경기 상황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또한 0.3포인트 하락해 98.9를 나타내며 기준치인 100에 못 미쳤다.

기업 체감 경기도 여전히 차디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전체 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한 달 전보다 3포인트 오른 56으로 집계됐다. 2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수치 자체는 금융위기발 침체기였던 2009년 3월(58)보다 낮다. BSI는 지표가 100보다 낮으면 기업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는 것이고 100을 넘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제조업 업황 BSI는 51로 전달보다 2포인트 오르며 5개월 만에 반등했다. 서비스업을 포함하는 비제조업은 4포인트 오른 60으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7월 전체 업황 전망지수는 55로 전달보다 2포인트 올랐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이 각각 2, 3포인트 오른 51, 59로 조사됐다.

세종=전슬기 기자, 강창욱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