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반도체 부문 자회사인 세메스(SEMES) 천안사업장을 찾아 “불확실성의 끝을 알 수 없다. 갈 길이 멀다”면서 “지치면 안 된다. 멈추면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한 뒤 첫 현장경영 행보다.
이 부회장은 경영진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이 분야 산업의 동향과 설비경쟁력 강화 방안 등의 중장기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현장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 강호규 반도체연구소장, 강창진 세메스 대표이사 등이 동행했다.
세메스는 1993년 삼성전자가 설립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설비제작 전문기업으로, 경기도 화성과 충남 천안 국내 두 곳의 사업장에 2000여명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미국 오스틴과 중국 시안에도 해외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이번 행보는 그동안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를 육성해 국내 산업 생태계를 굳건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소부장 수급 불확실성이 커진 지난해 7월 일본으로 출장을 다녀온 직후 긴급 사장단회의를 소집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위기 극복을 위한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및 무선통신 사장단과 연달아 간담회를 가졌고, 반도체연구소, 생활가전사업부를 잇따라 찾아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