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볼턴 회고록 내용에 뒤집어졌을 것”

입력 2020-07-01 04:04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 작동 원리나 관행, 초선 의원으로서 갖춰야 할 것 등에 대해 학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최근 출간된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과 관련해 “미국에 특사로 갔던 김영철이 김정은 친서를 차에 놓고 내렸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 아니냐”며 “북한 외무성이 뒤집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2018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났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차에 두고 내린 사건이 알려져 북한 당국에 비상이 걸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태 의원은 지난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해봐야 하지만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오픈되는 것은 북한에 대단히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지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대해선 “김정은은 대북전단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면 연락사무소 정도는 하나 날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북한은 군부 출신을 미국 특사로 보내 왔다. 원래는 외무상을 보내야 정상인데 김정은의 미국 특사는 항상 군인 출신이다. 북한이 대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다.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트럼프를 만났을 때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지 않았나. 이런 메시지를 부각시키려면 민간인이 가면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군부 출신 김영철을 보냈는데, 백악관에 들어가면서 좀 긴장했던 것 같다.”

-친서를 차에 두고 온 것은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나.

“북한에선 특사를 다녀온 사람이 잘한 것도 보고해야 하지만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이실직고해야 한다. 김정은의 기분 상태에 따라 (징계 여부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북한 시스템에선 사람의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문제라는 사실을 볼턴 전 보좌관이 알면서도 쓴 것 같다. 이번 기회에 김영철을 아예 김정은 손으로 제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긴장 수위를 끌어올린 뒤 김정은 위원장이 돌연 보류한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남매간에 짜고 치는 것이다. 김씨 일가의 독재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면 그들은 악역이든 선한 역할이든 다 할 수 있다. 김정은은 대북전단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도가 무엇인지 대단히 신경을 쓴 것 같다. 대북전단을 원천 차단하려면 연락사무소 정도는 하나 날려야 되지 않겠느냐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폭파 후 한국에서 대북전단을 법으로 금지한다고 하고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수사 중이다. 경기도는 물리적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막고 있다. 김정은은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이쯤에서 멈췄을 것이다.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는 대한민국 뺨을 한 번 후려친 것인데 정부와 친여권 사람들이 4·27 판문점선언 이행을 못해서 그렇다는 둥 ‘나는 맞아도 싸다’ 입장을 보이는 것은 비정상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의 지위나 권한 변화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계기로 김여정은 확고한 2인자가 됐다. 김여정 한 마디에 당·군·정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시스템을 이번에 김정은이 꾸린 것이다. 지금까지 김정은과 군대 사이엔 제3자가 없었는데 이제는 김여정이 새롭게 등장했다. 김여정이 총참모부를 움직여 군사행동 계획을 만드는 시스템을 북한 주민들이 다 보게 됐다.”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북한이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는가.

“중국의 쌀이 북한에 도착할 때까지는 긴장 수위를 높일 수 있다. 조금 두고보면 중국이 협력 물자를 북한에 보낼 것이다. 중국은 항상 북한을 들여다보면서 어느 때가 제일 급한 모퉁이인지 보고 있다. 북한이 허기져 죽게 됐다 싶을 때 협력 물자를 주는 것이다. 그래야 북한이 컨트롤되고 지렛대가 된다.”

-태 의원은 당적이 노동당에서 통합당으로 바뀌었다.

“극에서 극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대한민국 국회의 작동 원리나 관행, 초선 의원으로서 갖춰야 할 것 등에 대해 흐름도 지켜보고 학습하는 단계다.”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미래통합당이 총선에서 42% 지지를 받았는데 이런 국민들의 의사는 무시해도 되나.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다. 논점은 민주당이 운전하는 국회라는 자동차에 같이 타고 갈 것이냐, 아니면 차에서 내리느냐다. 야당의 역할은 운전자가 올바른 길로 가도록 하든가 브레이크라도 밟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옆에 앉아 덜렁덜렁 타고 갈 바에야 내리는 게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당내에 많다.”

-종합부동산세 관련 법안을 1호 법안으로 냈지만 통과 가능성은 낮아보이는데.

“지금 정부와 여당은 종부세를 계속 올리자는 것이고, 나는 이것이 지나치기 때문에 합리적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가구 1주택 실거주자들은 가만히 앉은 자리에서 세금만 올라가고 있다. 이것은 부당하다. 정부가 진정으로 부동산 투기를 잡는 데 목적이 있다면 부동산 투기와 관련되지 않은 사람들은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주는 것이 공평하다.”

김경택 이상헌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