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모든 업종에 동일한 금액으로 적용된다. 노사는 또 다음 달 1일 회의에서 양측의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출키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도 최저임금 결정은 법정시한을 넘기게 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박준식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을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됐다”면서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반대가 14표로 절반을 넘었다”고 밝혔다. 찬성과 기권은 각각 11명, 2명이었다.
업종별 차등 적용은 업종을 여러 개로 나눠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저임금위 심의를 거쳐 업종별 차등 적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최저임금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에 두 개 업종을 구분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 적이 있지만 이후에는 줄곧 단일 임금을 적용해 왔다.
이날 노동계는 ‘반대’, 경영계는 ‘찬성’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근로자 위원 간사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로 고용주를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업종별 구분 적용은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는 업종에 상관없이 법이 정한 최저임금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 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법 4조에 보면 사업별로 구분해 적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있지만 여건·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공전을 반복했다”며 “코로나19 사태 한복판에 선 상황에서는 구분 적용을 할 수 있는 법 취지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결정을 놓고도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각각 ‘1만770원’과 ‘1만원 이하’를 두고 입장을 좁히지 못했지만 수차례 논의를 거쳐 단일 요구안을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경영계는 막바지 의견을 조율 중이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동결’ 또는 ‘삭감’을 요구하지 말라”며 기선제압을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인데 물가지수는 상위권”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한 중소기업 대표는 고용유지지원금 등 정부 지원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하더라”며 “한 유통업계 기업인은 최저임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유지했는데 여기서 더 오른다면 (고용 유지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최저임금위는 올해도 법정 심의 기한(6월 29일)을 준수하지 못했다. 지난 두 차례 회의에서 최저임금 결정 단위를 시급으로 하고 월 환산액을 함께 적는데 합의한 것이 전부다. 박 위원장은 “7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4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모두 최저임금 요구안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