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전부 여당에 내주면서 야당으로서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176석 여당이 3차 추가경정예산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법 처리를 단독으로 처리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9일 의원총회 직후 로텐더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의사일정에는 당분간 전혀 참여하지 않겠다”면서도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인 정책 활동, 이 (정부의) 실정을 알리는 데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일방통행식’ 국회 운영에 보이콧을 선언한 통합당은 당분간 당 자체 토론회나 특위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여야 협상이 결렬되면서 통합당이 요구하던 국정조사마저 동력을 잃게 돼 대여 투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초 주 원내대표는 윤미향 의원의 기부금 횡령 의혹, 한명숙 전 총리 수사 과정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거론하며 여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협상이 결렬되면서 국정조사 카드도 당분간 힘을 쓰지 못하게 됐다.
야당 몫 국회부의장 자리도 공석이 됐다. 통합당 최다선인 5선의 정진석 의원은 “전대미문의 반민주 의회 폭거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국회부의장 안 하겠다”고 했다. 그는 “법사위원장을 힘으로 빼앗겼다, 강탈당했다고 생각하는 게 솔직한 우리 느낌이고 입장”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회 정상화 문제를 논의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앞으로 남은 1년여 뒤에 정권을 우리 스스로 창출할 수 있다는 신념에 불탄다면 오히려 하나의 좋은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의원들을 다독였다. 통합당은 강제배정된 상임위원 전원에 대한 사임계를 제출했다. 이날 4시간 가까이 의원총회를 진행한 통합당은 30일에도 총회를 열어 대여 투쟁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한 통합당 의원은 “힘없는 야당의 존재 자체가 부정됐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