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 무한책임 떠안았다

입력 2020-06-30 04:01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2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게 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모든 것을 다 짊어지고 가는 상황이라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9일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전석을 차지했다.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것은 1987년 12대 후반기 국회 이후 33년 만이다.

176석 거대 의석의 민주당이 ‘무한책임 정치’라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았지만, 21대 국회는 첫발부터 협치가 실종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미래통합당은 “한국 의회민주주의가 조종(弔鐘)을 울린 날”이라며 극렬 반발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다. 민주당은 앞서 오전 통합당과의 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고 통합당 몫이었던 예결위원장을 포함해 11개 상임위원장을 내정했다. 여야 소속 부의장의 협의가 필요한 정보위원장은 제외됐다. 통합당 몫 부의장으로 내정된 정진석 의원은 부의장직을 거부했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15일 핵심 쟁점이 됐던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해 기획재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박 의장은 본회의 표결 전 “국가적 비상시기에 국민과 기업들의 절박한 호소를 더 외면할 수 없어 원 구성을 마치기로 했다”며 “의장과 여야 모두 국민과 역사의 두려운 심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상임위원 명단 제출마저 거부, 박 의장이 통합당 상임위 명단을 강제 배정했다.

운영위원장을 맡게 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긴 시간 최선을 다해 협상했지만 결과적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국민의 삶을 챙기고 기업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조속한 국회 가동을 미룰 수 없었음을 헤아려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세균 총리는 상임위원장 선출 후 이뤄진 시정연설에서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비상경제 시국에서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3차 추경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했다. 또 “여야가 서로 소통하는 데 많은 정성과 노력이 모아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각 통합당은 의총을 연 뒤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일방적으로 이렇게 원 구성을 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라며 “완전히 민주당의 일당 독재, 의회 독재가 시작된 참으로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당 독주를 막아야 할 국회의장은 본회의를 강행했다”며 “이는 두고두고 의정사에 치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박 의장의 상임위원 강제 배정에 항의하며 사임계를 제출했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어떤 연유로 무슨 상임위에 배정됐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이는 103명의 의원을 뽑은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자 개별 헌법기관으로서 의원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며 “의장의 권한을 넘어선 권한 남용으로 의회정치가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이가현 이상헌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