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서 평가를” 잇따르는 檢 수사심의위·자문단 소집 요청

입력 2020-06-29 04:02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지난 26일 회의를 마친 위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 건물을 나서고 있다. 심의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 의견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고 이를 검찰 수사팀에 권고했다. 연합뉴스

불법적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오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이후 외부의 시각에서 검찰 수사를 평가해 달라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검찰 개혁 차원에서 수사심의위 제도를 마련했던 이들은 최근의 수사심의위·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요청 급증세를 반기기도 한다. 다만 전문적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단시간에 하기 어렵다는 한계, 여론에 휩쓸릴 우려 등은 향후 과제로 지목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해 검찰의 각 처분 단계마다 외부 시각을 살피도록 한 수사심의위·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요청은 이 부회장의 요청 이후 대두됐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지켜본 이들이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이 제도들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채널A 이모 기자가 전문수사자문단을 열어줄 것을 요청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받아들였다. 이 사건에서 이 기자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상대방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는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검찰 고위 간부들을 고발했지만 수사가 지지부진하다고 주장해온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도 수사심의위의 판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제 고발사건은 이재용 사건과는 달리 쟁점이 간단하다”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실제 수사심의위 제도는 검찰이 아닌 비전문가들의 ‘건전한 상식’에 의한 판단을 고려한다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수사심의위 제도 설계 당시 관여했던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절반은 법률 전문가, 절반은 비전문가가 참여토록 했다”며 “선진국에서 일반 시민이 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제가 도입돼 있다는 점이 배경이었다”고 말했다. 외부 위원회가 의사결정권까지 갖진 못하지만, 검찰에서의 사법절차 출발 단계에서부터 국민적 참여가 이뤄지는 점에 긍정적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다만 사건의 쟁점이 복잡한 경우에는 ‘건전한 상식’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26일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및 수사 중단 결론을 제시하자 법조계에서는 “예상됐던 한계” “이 부회장 변호인단의 묘수”라는 반응도 나왔다. 이 부회장이 이번 사안보다 간단한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해 구속될 때에도 박영수특검 수사팀이 법관 앞에서 발언했던 시간은 7시간이 넘었다는 사실이 회자됐다. 검사 측 발언 2시간을 듣고 당시의 뇌물공여보다 복잡한 지배구조 문제를 단시간에 이해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 수사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확신이 안 서면 보수적으로 가게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50쪽 분량의 의견서와 짧은 질의응답으로 사건의 쟁점 파악이 다 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피의자 이익’으로 결정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한 제도를 악용하는 이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수사심의위 제도 마련에 관여했던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사안의 내용에 따라 전문성이 가미된 심의위 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경구 구승은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