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요청했는데… 공수처 내달 15일 출범 ‘첩첩산중’

입력 2020-06-29 04:02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 주재로 28일 오후 의장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왼쪽),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만나 악수하려 하고 있다. 두 원내대표는 상임위원장 배분 방안을 논의했다. 박 의장은 여야 협상 결과와 관계 없이 29일 본회의를 열기로 했다. 윤성호 기자

여야가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둘러싼 2차 대전을 벌일 전망이다. 당장 공수처 출범에 필요한 후속 법안 처리부터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까지 첩첩산중이 예상된다. 여권이 목표로 하는 7월 15일 출범 시한을 지킬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청와대는 공수처가 다음 달 15일 출범하도록 법 절차를 지켜줄 것을 국회에 다시 한번 촉구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에 추가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국회를 통과해 지난 1월 14일 공포된 공수처법 부칙에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청와대가 자의로 시한을 설정한 게 아니다. 법이 정한 절차를 국회가 지켜달라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위헌적 요소 때문에 공수처 출범 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국회가 대통령 한 마디에 고무도장 팍팍 찍는 통법부인가. 유신국회로 돌아간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대통령과 장관을 탄핵할 수 있는데 공수처장은 탄핵 대상이 아니다”며 “국회의 견제를 받지 않는 괴물 사법기구가 대통령 손아귀에 들어가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도 청와대 브리핑에 대해 “물을 끌어다 제 논에 대는 듯한 브리핑”이라며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 달라’는 청와대의 주장에 우리 당은 헌법에 따른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르겠다는 답으로 갈음하겠다”고 논평했다.

야당이 작정하고 공수처 발목잡기에 나서면 공수처가 제때 출범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가장 진통이 예상되는 부분은 공수처장후보추천위를 꾸리는 과정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추천위는 총 7명으로 법무장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과 여야가 2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통합당이 위원 추천을 무기한 미룰 가능성이 높다.

또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동의를 얻어야 공수처장 후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야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후보를 선출할 수 없다. 강 대변인도 “국회가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으면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더구나 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 운영 규칙안,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국회법 개정안 등 후속 법안 처리에 야당이 협조해줄지도 미지수다.

정치권에선 한때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추천위 운영 규칙안에 ‘요청기한 내에 위원 추천이 없을 때 국회의장은 교섭단체를 지정해 위원 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여당이 야당 몫 추천권까지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공수처 모법에서 (야당의 추천 권한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모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재희 김이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