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을 연일 거칠게 비판했던 추미애(사진) 법무부 장관을 향해 여당에서 첫 공개 비판이 제기됐다. 야당이 아닌 여당 의원이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검사 출신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서 추 장관의 언행에 대해 “30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광경으로 당혹스럽기까지 해 말문을 잃을 정도”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조 의원은 ‘추미애 장관님께’라는 고언 형식의 글에서 “추 장관의 거친 언사로 검찰 개혁과 조속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의 당위성을 역설하면 할수록 논쟁의 중심이 추 장관 언행의 적절성에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추 장관 취임 전 66명의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 행사를 자제하고 총장 의견을 들어 검사 보직을 제청했다”며 “과거 전임 장관들도 법령,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고려로 인해 언행을 자제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거친 언행을 거듭한다면 정부·여당은 물론 임명권자에게도 부담이 될까 우려스럽다”는 발언도 내놨다.
추 장관은 지난 25일 민주당 초선 의원 강연에서 “검찰총장이 제 지시를 잘라먹었다”고 하는 등 윤 총장을 겨냥한 거친 비판을 연일 이어갔다. 부적절한 언행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추 장관은 27일 페이스북에 “장관의 언어 품격을 저격한다면 번지수가 틀렸다”며 “문제는 검·언 유착”이라고 다시 반박했다. 이어 “장관의 정치적 야망 탓으로 돌리거나 장관이 저급하다는 식의 물타기로 검·언 유착이라는 본질이 덮어질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자신의 향후 정치적 행보와 연관짓는 해석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에선 추 장관의 행보는 물론 조 의원의 공개 비판 역시 검찰 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검찰총장을 지휘하고 통솔해야 할 위치에 있는 법무부 장관이 총장을 찍어내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건 결코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한 법사위원은 “추 장관의 발언이 다소 거칠더라도 방향은 맞지 않느냐”며 “윤 총장의 제 식구 감싸기는 한 마디도 않은 채 추 장관의 발언을 비판하는 건 물타기”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법무부 장관의 돌출 행동에 이로 인한 당내 갈등까지 표출되면서 공수처 출범 등 검찰 개혁 추진 과정에서 동력이 떨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과 의원 페이스북에는 조 의원의 발언을 성토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당원 게시판에는 “조 의원 역시 검찰 출신이라 어쩔 수 없다” “미래통합당과 같은 스탠스냐” 등 조 의원을 비판하는 글이 쇄도했다.
통합당은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며 여권을 압박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끝을 모를 난타전의 피해자는 장관도, 총장도 아닌 코로나19에 신음하는 국민들”이라며 “장관이 말폭탄을 터뜨리는 이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은 임명권자인 대통령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나래 김이현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