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재고 전망이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극심한 수요 위축으로 창고에 재고가 쌓이는 상황이다. 취업 시장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8일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다음 달 제조업 재고 전망이 112.9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재고 전망이 100 이상이면 재고 과잉을 의미해 부정적으로 해석된다. 한경연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과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등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증대된 것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종합경기 전망도 부정적으로 조사됐다. 다음 달 종합경기 BSI 전망치는 73.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6포인트 하락했다. 종합경기 BSI 전망치는 62개월 연속 100 이하에 머물러 부진이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취업준비생들의 고충도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 2분기 고용실적 BSI는 평균 80.6으로 1980년 BSI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악화된 경영 여건과 변동성이 커진 경영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정기 공채를 폐지하는 등 신규 채용이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의 공채 폐지 발표에 이어 올해는 KT그룹과 LG그룹이 공채 폐지, 수시 채용 도입을 결정했다.
3분기 회복도 요원하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3분기 제조업체 BSI는 55로 2009년 금융위기 직후와 같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업종과 관계없이 모든 응답자가 체감경기가 기준치를 밑돈다고 답했다. 특히 조선·부품, 자동차·부품, 철강, 기계 부문 등은 50을 하회했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모두 3분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수출기업의 경기전망지수는 62, 내수기업의 경기전망지수는 53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을 중심으로 퍼졌지만 코로나19로 촉발된 현 상황은 전 세계가 침체된 실물·금융 복합 위기로 평가된다. 특히 2분기 연속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 체감경기가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내 경제성장률은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국내 코로나19 확산 추이로 봤을 때 3분기 내수는 일부 회복될 수 있지만 수출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9월이 되면 채권 등 유동성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