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산 유치원 햄버거병 사태 사과

입력 2020-06-27 04:05

정부가 경기도 안산 유치원에서 터진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 사태’에 공식 사과하고 관계부처 합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학교 급식소와 식재료 공급업체들을 일제히 점검하기로 했다. 또 각 유치원 급식 정보가 제대로 학부모에게 공개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그러나 사태 발생 이후 10일이 지나도록 뒷짐 지고 있다 학부모 원성이 커지자 늑장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26일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시도교육청과 공동으로 ‘장 출혈성 대장균 감염증’ 예방 관리 강화를 위한 관계부처 및 시·도교육청 영상 회의를 개최했다. 교육부에서는 교육복지정책국장이 참석하고 다른 기관에선 담당 과장이 참석했다.

교육부는 회의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또 다른 감염병으로 아이들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국민들께서 걱정을 많이 하고 계셔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송구스럽다”면서 “무엇보다 병원에서 힘들어할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정부는 먼저 질병관리본부와 식약처 등과 원인 규명을 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예방 차원에서 학교 급식소와 식재료 공급업체들을 점검한다. 유치원 알리미에 공시되는 급식 정보가 정확하게 공개되고 있는지도 점검 대상”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부터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는 식중독 증세를 보이는 원아가 다수 발생했다. 보건당국이 원생과 가족, 교직원 등 2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 출혈성 대장균 검사에서 49명이 확진됐다. 이 가운데 15명은 장 출혈성 대장균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 증세를 보이고 있다. 5명은 신장 기능이 떨어져 투석 치료를 받는 상태로 알려졌다. 일명 ‘햄버거병’으로 알려진 용혈성요독증후군은 후유증으로 평생 투석 치료에 의존해야 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해당 유치원은 지난 19일부터 이달 30일까지 폐쇄 명령이 내려졌다. 보건 당국은 현재 역학조사를 통해 장 출혈성 대장균의 발병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장 출혈성 대장균은 법정 감염병으로 주로 오염된 식품이나 물을 통해 감염되며 사람 간 감염도 주요 전파 경로로 알려져 있다.

유치원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세종시에 사는 직장맘 이모(36)씨는 “코로나19만으로도 불안한데 유치원에서 이런 끔찍한 병에 옮을 수 있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임성수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