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조국은 단 한순간도 당신들을 잊지 않았습니다”

입력 2020-06-26 04:02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행사에서 국군 전사자 유해함에 6·25 참전 기장을 수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문 대통령,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서울공항=서영희 기자

“지체되었지만, 조국은 단 한순간도 당신들을 잊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 격납고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서 이렇게 말하며 국군 전사자 유해 147구를 직접 맞았다. ‘영웅에게’라는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는 조포 21발이 발사되는 등 70년 만에 유해가 돼 귀환한 이들에게 국가원수급 예우가 주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유해 147구 중 신원이 확인된 김동성 김정용 박진실 정재술 최재익 하진호 일병과 오대영 이등중사의 이름을 직접 호명했다. 이들은 1950년 11월 함경남도 장진 일대에서 벌어진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국군들이다. 김정용 일병은 여동생에게 “민자야, 오빠 간다. 엄마 아버지 잘 모셔라”고 말한 뒤 1950년 8월 부대로 향했고, 유해가 돼 고국으로 돌아왔다.

저마다 절절한 사연을 가진 국군 전사자 유해의 가족 6명이 대통령과 함께 행사장에 입장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해 140구는 행사장 내에 설치된 영현단에 안치되어 행사를 함께 지켜봤다.

이번 행사에선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최초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참전 유엔군 22개국 정상이 보내온 영상 메시지가 상영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공산주의를 막아내기 위해 용감하게 싸운 모든 분께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여러분은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고 했다. 또 참전국 정상을 대신해 22개국 대사가 모두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5일 저녁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행사에 입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6·25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개식 행사로 진행된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를 통해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추모하는 영상이 유해를 운반한 공중급유기 시그너스(KC-330) 동체에 직접 상영됐다. 이후 공중급유기에서 내려온 신원 확인 국군 전사자 유해 7구와 유엔군 이름 아래 싸운 미군 유해 6구가 140구의 영웅들이 안치된 영현단에 함께 놓였다.

유해가 안치되는 동안 가수 윤도현씨가 일생을 조국 수호에 바친 한 군인의 마음을 담은 ‘늙은 군인의 노래’를 불렀고, 이어 예비역 이등중사 류영봉씨가 70년 만에 돌아온 전우들을 대신해 복귀신고를 했다. 또 6·25 행사 최초로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에 대한 묵념 순서에 조포 21발도 발사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례와 헌화·분향이 끝난 뒤 신원확인 국군과 미군 전사자 13명에 대해 ‘참전기장’을 직접 수여했다. 또 6·25전쟁 당시 공적이 확인된 생존 참전용사 1명의 가족과 유족 2명에게 무공훈장을 수여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