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조원. 지난 4월 기준 시중에 풀린 유동자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돈이 풀린 규모는 역대 최대급 이다. 일부는 주식시장으로 대거 이동했고, 투자 대기 중인 자금도 늘고 있다. 한편으로는 사상 최저 금리 수준에다 코로나19의 불확실성 탓에 돈이 갈 곳을 못찾아 헤매고 있다. ‘내 돈은 어떻게 굴릴까’ 요즘 직장인들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다. 주요 은행 프라이빗뱅커(PB) 팀장들로부터 연령대(30~50대) 및 자산 규모별 포트폴리오를 의뢰해 봤다.
PB팀장들은 실물경기는 차가운데 금융 시장만 뜨거운 작금의 ‘비동조화(디커플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돌발 리스크에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시장에서는 분산투자, 실적 안정성, 우량주, 장기투자가 ‘모범답안’처럼 꼽힌다. 특히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목표 수익을 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현금화하는 전략, 즉 ‘홈런보다는 안타’ 작전이 유효하다고 조언한다. 일회성 테마주보다는 실적 안정성까지 균형감을 고려한 ‘바벨 전략’도 강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결혼을 미루고 있는 A씨(30·여). 결혼과 주택 마련 자금에 쓸 수중의 3000만원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연일 고심 중이다.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조현수 PB팀장은 25일 “절세 상품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청년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 국내 단기 국공채펀드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가입기한이 내년인 ISA의 경우 다양한 자산(주식·채권 등)으로 운용이 가능하다. 국내 단기 국공채펀드는 기대수익이 연 1.5~1.7%로 정기예금의 2배 정도가 된다. 유동성 및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하나은행 롯데월드타워 골드클럽 김윤상 팀장은 “유망한 주식형 중심의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것도 도전해볼 만하다”면서 “아울러 결혼 및 이사 등 긴급 자금에 대비해 비교적 빠른 시간에 현금화가 가능한 펀드 상품에 일부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아내와 자녀를 둔 B씨(45)는 종잣돈 5000만원을 어떻게 불리면 좋을까. 자녀 교육비도 점점 많이 들어가고, 자녀들의 결혼과 노후 준비도 조금씩 해 나가야 할 때다. PB팀장들은 수익 추구와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할 때라고 본다. 하나은행 김 팀장은 “주식·채권에 반반씩 투자하거나 자동으로 자산을 재분배(리밸런싱)해주는 ‘자산배분펀드’에 투자할 만하다”고 추천했다.
자산배분펀드의 경우 주식형 자산과 인컴형 자산(이자나 배당 임대료 등 정기적인 소득이나 수입을 창출하는 자산)을 시장 전문가(펀드매니저)가 시황에 따라 비중 조절을 대신 해준다. 따라서 투자 경험이 적거나, 적극적으로 투자 자산을 관리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KB국민은행 WM 스타자문단 양재PB센터 정성진 팀장은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가연계펀드(ELF)에 2000만원, 주식형 펀드에 1000만원 투자 등을 추천했다. 정 팀장은 “주식형 펀드의 경우 미국 성장주에 적립식으로 24~36개월 분할 투자를 할 만하다”고 말했다.
은퇴를 앞둔 C씨(57)는 자녀 결혼과 노후 자금 준비를 해야 한다. 어렵게 모은 2억원을 본격적으로 운용하고 싶지만 현 상황에선 선뜻 내키지 않는다. 신한은행 PWM 목동센터 허도경 팀장은 “공격형 투자보자는 안정적인 운용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 3% 수준의 배당금을 분기당 받을 수 있는 우리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이나 정기예금 금리에 ‘+알파’ 수준의 유동성 확보용으로 유진챔피언공모주펀드 상품을 투자 예시로 제시했다. 우리은행 조 팀장은 변액저축보험을 추천했다. 다양한 글로벌 상품에 분산투자가 가능하고, 자금이 필요할 때 인출이 가능한 상품이다.
조 팀장은 “투자의 원칙은 여유자금을 통한 장기투자”라며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자금사용 계획과 리스크 감내 정도에 따른 포트폴리오 관리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