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생·노무현·백종원, 김종인이 툭 던진 대권주자론

입력 2020-06-26 00:09
김종인(오른쪽)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국회에서 9일간의 ‘사찰 잠행’을 마치고 돌아온 주호영 원내대표와 함께 비대위 회의를 열고 있다. 통합당은 회의에 앞서 6·25전쟁 22개 참전국 전사자를 추모하며 묵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툭 던지는 차기 대선 주자 관련 발언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처음에는 40대 경제 전문가를 띄우더니 최근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다 외식 사업가이자 방송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까지 소환했다. 김 위원장이 기존의 야권 주자만으로는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결국 그가 참신한 ‘필승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통합당 한 의원은 25일 “김 위원장은 코로나 여파로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경제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경제위기에다 정권 말 실정까지 두드러질 경우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차기 대선 주자로 띄웠던 1970년대생 경제 전문가는 이런 구도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젊은 후보를 내세우면 통합당이 대권을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한다.

관건은 ‘뉴페이스’를 발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선에 나올 수 있는 1970년대생 경제 전문가가 누구인지는 불투명하다. 홍정욱(50) 김세연(47) 전 의원이 이 기준을 충족시킬 수도 있지만 김 위원장은 누구를 콕 집어 말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4·15 총선 후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유승민(62) 전 의원이 경제 전문가이긴 하지만 김 위원장이 제시한 나이 제한에 걸린다. 야권의 잠룡급 인사 대부분이 50, 60대다. 홍준표(65) 무소속 의원과 오세훈(59) 전 서울시장, 안철수(58) 국민의당 대표, 원희룡(56) 제주지사뿐 아니라 여권의 유력 주자인 이낙연(67)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른바 청년 주자는 아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초선 의원 간담회에서 “백종원씨 같은 분은 어떠냐”고 참석자들에게 농담조로 물었다. 현재 야권 주자들의 저조한 인지도를 겨냥한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참신한 주자를 발굴하기 위해 여야뿐 아니라 경제계, 법조계 인사들도 폭넓게 접촉해 왔다고 한다.

다만 김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람 중에서 (대선 주자가) 나올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론한 인물이 노 전 대통령이었다. 김 위원장은 대선 주자로 주목받지 못했던 노 전 대통령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반전 드라마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뚝심 있게 준비해온 기존 주자가 바람을 타면 대권에 다가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

올해 80세로 여야를 넘나들며 정치 경험을 쌓은 김 위원장의 속내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직접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지만 그의 주변에선 “김 위원장이 몇 년만 젊었어도 출마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말도 나온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김 위원장의 대선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통합당 비대위원장이라는 역할은 그의 정치인생 마지막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