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엔 그저 묵묵히 일하는 평범한 직원들이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서자 그들의 절박한 눈빛이 보였다.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던 아픈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듯 그들은 작업 하나하나에 온 힘을 쏟았다. 회사는 다시 생사의 갈림길에 섰지만 쌍용자동차 임직원들은 그렇게 한마음으로 하나둘씩 제대로 모습을 갖춘 완성차를 세상에 내놓고 있었다.
장맛비가 내리던 25일 경기도 평택의 쌍용차 본사 공장을 찾았다. 공장 내부에선 현장 직원들이 기계와 힘을 합쳐 쉼 없이 자동차를 조립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1979년 26만평 부지에 준공된 평택공장에는 쌍용차 전체 직원 4900여명 중 80%에 달하는 3922명이 근무하고 있다. 3개의 조립라인 중 2개 라인은 티볼리, 코란도 등 모노코크 타입의 차를, 나머지 1곳에선 G4 렉스턴과 같은 프레임 타입의 차를 만들고 있다. 직원들은 주간 연속 2교대 형태로 일하고 있다. 조립라인에선 시간당 20~22대의 차량이 생산된다.
차체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로봇 179대가 쉴 틈 없이 팔을 흔들며 차체 패널을 압착해 옮기고 있었다. 공장 내부는 용접 작업과 기계가 돌아가는 소음으로 가득 차 귀를 막아야만 했다. 지게차는 다음 공정을 위해 라인 사이를 바삐 움직이며 차체 부품을 나르고 있었다. 그렇게 차체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1시간55분이 걸렸다.
조립라인 공장 한편에는 ‘고객 감동 실현으로 명차 신화 창조’ ‘품질 없이 고객 없고, 고객 없이 쌍용 없다’ 등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마스크와 귀마개, 장갑을 착용한 현장 직원들은 요리조리 차체를 비춰보며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이렇게 마지막 검수 과정까지 이들의 능숙한 손길이 더해지면 하루에 340대가량이 완성차로 거듭난다.
쌍용차는 지난 4월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신규 투자를 철회하면서 새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쌍용차의 경영 지속성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자금 지원을 주저하고 있다. 요즘 쌍용차 직원들 사이에선 “괜찮겠죠?”가 인사말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또 한 번의 우여곡절에 걱정이 큰 건 사실이다. 하지만 쌍용차 임직원들은 현장 감독자들의 격려 속에 다시 한 번 의기투합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로 입사 33년차인 김상춘 쌍용차 공장협의회장은 “우리 직원들은 그간 어려움을 극복해온 역동성과 인내심이 있다. 조금만 도움을 받는다면 다시 일어나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신차를 만들 준비가 돼 있다”며 “반드시 일으켜 세워 후손에게 자랑스러운 자동차 회사를 만들겠다”고 호소했다.
최근 쌍용차 현장 감독자들은 수많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온 전력을 다시 보여주자며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결의문까지 채택했다. “나와 가족, 훗날 후배들을 위해 쌍용차가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하자.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좋은 회사, 누구나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도록 노력하자.”
평택=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