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이상 ‘금융소득 부자’를 겨냥한 증세 시나리오가 가동된다. 2023년부터 증권·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에 합산 양도소득세가 도입된다.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했다면 합산한 최종 손익을 계산해 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다. 공제액 이상 금융소득이 발생했다면 20~25%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주식투자자 가운데 상위 5%에 해당하는 30만명 정도가 1조9000억원의 세금을 더 낼 것으로 평가했다.
대신 주식을 팔 때 원천징수하는 ‘증권거래세’는 0.10% 포인트를 인하한다. 소액투자자라도 이익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양도세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다만 양도세를 내면서 증권거래세를 동시에 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시장 반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기획재정부는 금융투자소득 과세 방안을 담은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25일 발표했다. 금융상품별로 제각기 과세하는 현행 방식이 비합리적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비과세 대상인 채권·파생상품에도 과세가 필요하다는 지적 역시 반영했다. 다음 달 세법 개정을 통해 2023년부터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핵심은 금융투자소득의 과세 일원화다. 개선안은 증권·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의 소득을 합산해 과세하기로 했다. 가령 주식으로 4000만원을 벌고 펀드로 4000만원을 손해봤다면 합산 손익이 0원이라서 과세를 하지 않는 식이다.
세율은 3억원 이하 금융소득의 경우 20%를 적용한다. 3억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은 25%로 세율이 올라간다. 일례로 연간 3억5000만원을 벌었다면 3억원에 대해선 20% 세율을 적용해 6000만원의 세금을 내고 나머지 5000만원은 25% 세율을 적용해 1250만원을 부과한다. 모두 7250만원을 내는 셈이다.
대신 공제액이 있다. 국내 상장주식은 2000만원, 파생상품이나 채권 등 기타 상품은 250만원을 공제한다. 벌어들인 소득에서 공제액을 뺀 금액이 과세표준이 된다. 주식으로만 2000만원을 벌었다면 공제액을 적용해 세금이 0원이 된다. 소액주주라도 공제액 이상 돈을 벌면 세금을 내야 한다. 다만 3년치를 합산해 계산한다. 도입 초기인 만큼 3년간의 금융소득을 합산해 이득이 난 부분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600만명의 주식투자자 중 상위 5%인 30만명 정도가 금융투자소득 과세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3년 기준 1조9000억원 정도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평가했다. 나머지 ‘개미 투자자’ 570만명의 경우 되레 혜택이 있을 것으로 봤다.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를 2023년에는 0.15%로 낮추기 때문에 주식을 팔 때 내야 할 세금이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다만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것은 아니어서 중복 과세 논란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는 어렵다. 다만 세수 증가분을 보고 거기 맞춰서 세율을 인하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