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규제, 주식은 세금, 취준생에게는 장벽을. 우리 청년들은 언제 어떻게 돈을 벌라는 겁니까?”
정부가 25일 국내 소액주주에게도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안’을 발표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 투자에 뛰어든 이른바 ‘2030 개미’들이 들끓고 있다. 겨우 회복세로 접어든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데다 결국 단타(단기투자) 투자자만 이득을 보는 구조라는 게 표면적인 반대 이유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보면 이들의 저항에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경제정책들이 대부분 2030 청년세대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부동산, 취업, 주식 등 젊은층이 조금이라도 자금을 불릴 수 있는 사안마다 정부가 제재를 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정의, 공정의 잣대를 이념이 아닌 청년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금융세제 개편안은 주식 양도차익을 3년간 합산해 2000만원 넘는 수익에 대해 20%의 양도세를 매기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정부는 “실제 주식으로 2000만원 넘는 수익을 거두는 투자자는 전체 상위 5% 수준인 약 30만명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2030 개미들은 이를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
당장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개미 죽이기’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날 온라인 주식투자 커뮤니티에는 ‘돈 잃던 개미들 코로나발 호황으로 반짝 돈 벌었더니 정부가 세금으로 뜯어가나’ 등의 분노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더구나 양도세를 매기면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지 않는 점에 대해 사실상 개미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증세라는 주장이 다수다.
주식 양도세 방침에 투자자들이 들끓는 현상은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젊은층의 분노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주택 매매 시장에 나섰던 30대들은 최근 ‘6·17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 비조정지역까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로 묶이자 “평생 세입자로 살란 말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상당수 젊은 주식 투자자들은 “(정부가) 내 집 마련을 막더니 이제는 주식마저 막았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청년들이 부동산과 금융세제 개편안을 별개의 것으로 보지 않는 셈이다. 여기에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지난 22일 비정규직 보안검색원 190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취업준비생을 중심으로 ‘공정성 훼손’ 논란이 불거졌다. 이런 대책과 발표들이 불과 1주일여 사이에 벌어지자 ‘기득권층의 사다리 걷어차기’란 프레임으로 젊은층에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부동산 대책과 정규직 전환, 주식 과세 정책 등이 2030세대에겐 화학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사건으로 인식되면서 젊은층의 박탈감을 재차 자극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기존의 정의, 평등과 같은 프레임을 청년층 눈높이에서 다시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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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