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힘겨운데… 美덮치는 괴물 황사·中남부 휩쓰는 홍수

입력 2020-06-26 04:04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24일(현지시간) 한 커플이 먼지구름으로 뒤덮인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서 몰려온 이 거대한 먼지구름은 이르면 25일 미국 동부에 상륙할 예정이다. AFP연합뉴스

50년 만에 최악… 美 동부일대 상륙 눈앞
호흡기 증상 유발…코로나 확산 가속 우려

코로나19가 다시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는 미국에 50년 만의 ‘괴물 황사’가 불어닥칠 예정이다.

CNN방송 등은 북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서 발생한 최악의 먼지구름이 이르면 25일 미국 본토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황사는 이번 주말 텍사스, 루이지애나, 플로리다주를 비롯해 동부 일대까지 뒤덮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하라 먼지구름은 사하라사막 상공의 건조한 공기층 때문에 매년 발생하는 기상 현상으로 6월 말부터 8월 중순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 올해는 특히 많은 사막 먼지를 머금고 있어 ‘고질라’라는 별칭이 붙었다. 두터운 먼지층이 위성에서도 보일 정도다.

푸에르토리코대학 연구진은 “밀도와 크기 면에서 5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먼지구름”이라고 CBS에 전했다. 클레어 라이더 영국 자연환경조사국(NERC) 연구팀장도 “지금까지 관찰한 것 중 가장 큰 규모의 먼지구름”이라고 말했다. 황사가 호흡기 증상을 유발하는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잇달아 나왔다. 먼지구름의 이동경로에 있는 플로리다주와 텍사스주에서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레고리 웰니어스 보스턴대 환경보건학 교수는 “대기오염과 코로나19 사이에 잠재적 상호작용이 있을 수 있다”면서 “호흡기 질환자의 증가는 코로나19로 과부하가 걸린 의료 시스템에 더욱 부담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토머스 길 텍사스대 지질학과 교수는 NBC에 “먼지와 같은 미세입자를 들이마시는 것은 호흡기 건강에 좋지 않으며 특히 호흡기가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남부 구이저우성 카일리시에 있는 고대 마을 샤시가 지난 23일 흙탕물에 잠겨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최악의 폭우로 중국 남부 지역에서는 850만명의 수재민과 200억 위안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AP연합뉴스

구이저우·광둥성 등 한달째 폭우
이재민 850만명·싼샤댐 붕괴 루머도

중국 남부 지역에서 최악의 홍수로 80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세계 최대 수력발전 댐인 싼샤(三峽)댐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붕괴할 수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광둥성과 구이저우성, 광시좡족자치구 등 중국 남부 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850만명에 달하는 수재민이 발생했다. 가옥 7300여채가 무너지고 13만8000여채가 훼손됐다. 홍수로 인한 피해액은 200억 위안(약 3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구이저우와 창장(長江·양쯔강) 중하류 지역에는 이번 주말 집중호우가 이어지고, 이달 말까지 남부 지역에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돼 피해는 더욱 늘 전망이다.

특히 창장의 지류인 주장(珠江) 등의 수위가 크게 높아지면서 남서부 제조·상업 중심지인 충칭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충칭을 가로지르는 강의 수위가 205m에 달해 위험 수위를 5m나 넘어서며 80년 만에 최악의 홍수 사태로 기록됐다. 충칭 외곽의 치장구 주민 10만명 이상이 이미 대피했다.

후베이성 이창시에 있는 싼샤댐의 수위는 지난 20일 147m까지 올라가 홍수통제수위를 2m나 넘어섰고, 초당 물 유입량은 19일 2만500㎥에서 하루 만에 2만6500㎥로 치솟았다. 특히 중국건축과학연구원 황샤오쿤 연구원 명의의 ‘마지막으로 한 번 말한다. 이창 아래 지역은 달아나라’는 글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싼샤댐 붕괴 소문이 확산됐다. 하지만 황 연구원은 자신의 글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중국 당국은 “싼샤댐은 수위가 175m로 올라가고, 초당 물 유입량이 7만㎥로 늘어도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며 불안감을 달래고 있다.

임세정 기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