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가우스(사진)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국장은 24일(현지시간) “북한이 존 볼턴 회고록 내용을 이용해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이간질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와 ‘거래’를 구분한다”며 “최근의 남북 관계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국에 대한 방위비 인상 압력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우스 국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전화와 이메일로 진행됐다. 가우스 국장은 북한 관련 저서 3권을 낸 한반도 전문가로 보수적인 워싱턴에서는 드물게 한·미 연합훈련 재개에 반대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폄하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회고록을 보면 자신을 트위터로 경질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볼턴의 분노가 느껴진다. 또 북한과의 대화 노력에 전력을 다하는 문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도 뚜렷하게 읽힌다. 볼턴은 한·미 양쪽에서 모두 신뢰를 받지 못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한·미가 볼턴 회고록 파장을 수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미 사이의 신뢰에 일정 정도 금이 간 부분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어려운 숙제들이 깔려 있는 것이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볼턴 회고록이 남·북·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나.
“볼턴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북한과의 대화에 매달리면서 한국 정부를 경시하는 듯한 태도를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에 문 대통령의 동행을 원치 않았다고 폭로한 것이 대표적이다. 볼턴 회고록은 특히 한·미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북한의 시도를 더욱 쉽게 만들어줄 것이다. 볼턴 회고록으로 인해 한국에서 보수·진보 갈등이 표출되는 것도 북한이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올 대선 승리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는 게 볼턴 회고록에 나오는데, 이 문제가 미국 대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내가 외교안보 전문가지만 미국 대선에서 외교안보 이슈가 먹히지 않는다. 지식인층에서는 이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대선에선 파괴력을 갖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농민 등 보통의 미국 유권자들은 외교안보 이슈에 관심이 없다. 그들에겐 자신의 월급과 농산물 물가, 의료보험 등이 더 중요하다.”
-북한의 위협과 도발이 지속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주한미군 분담금 압력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이슈와 거래 이슈를 분리한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북한이 남한에 대한 도발 수위를 높일 경우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 철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여론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본다.”
-북한의 도발로 중단되거나 축소됐던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돼야 한다고 보는가.
“재개돼선 안 된다.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높이고 북한을 자극할 어떠한 이유가 없다. 지금처럼 절제된(low key) 상태로 한·미 연합훈련을 이어가야 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