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K칩(Korea chip·한국 반도체) 시대’를 열기 위해 국내 반도체산업을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힘”이라며 상생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부터 원익IPS, 테스, 유진테크 등 국내 주요 설비 협력사 및 2·3차 부품 협력사와 설비 부품 공동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25일 밝혔다. 설비사가 필요한 부품을 선정하면 삼성전자, 설비사, 부품사가 공동개발하는 방식의 협력이다.
삼성전자는 설비 부품의 개발과 양산 평가도 지원한다. 또 중소 설비·부품사를 대상으로 반도체 제조와 품질 노하우를 전수하는 컨설팅도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4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개발, 제조, 품질, 환경안전, 영업·마케팅, 구매 등 9개 분야에 대해 경영 자문도 병행한다.
삼성전자는 2010년대 초반부터 반도체 협력사를 육성해 왔다. 대표적으로 이오테크닉스는 수입에 의존하던 레이저 설비를 삼성전자와 공동개발해 D램 미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 문제를 해결했다. 싸이노스는 반도체 식각공정 효율화에 필요한 세라믹 파우더를 개발하고 리코팅 기술 내재화에 성공했다. 솔브레인은 삼성전자와 협력해 3D 낸드플래시 식각공정의 핵심 소재인 ‘고선택비 인산’을 세계 최초로 개발, 삼성전자 차세대 제품의 품질을 크게 향상시켰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 팹리스 지원 정책도 가동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정부 및 반도체 업계와 함께 1000억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상생펀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대학과 지역사회 상생 실천 등 협력 방안을 지시했다. 이를 통해 국내 유망한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 업체를 발굴하고 투자할 예정이다.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의 제품 개발에 필수적인 다품종 소량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MPW·Multi-Project Wafer) 프로그램을 공정당 연 3, 4회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또 중소업체가 서버 없이도 반도체 칩 설계를 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또 우수 협력사를 대상으로 2010년부터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 중이고 현재까지 지급된 규모는 3476억원이다.
반도체 생태계 구축 방안은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에 따른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 육성과도 맞닿아 있다. 이 부회장은 양국 갈등이 고조될 당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부장의 국산화 방안을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