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가명·10)는 한때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가 기적처럼 살아난 아이다. 돌이 채 지나기도 전에 가슴을 가르는 대수술을 했다. 심장에 생긴 커다란 구멍을 막기 위해서였다. 민재의 심장 조직만으로는 구멍을 막을 수 없어 인공물을 삽입해 구멍 난 심장을 메웠다.
다운증후군을 안고 태어났지만, 생후 5개월이 지나도록 의료진도 가족도 민재의 장애를 알지 못했다. 다운증후군에서 통상적으로 보이는 외형적 특징이 뚜렷하지 않았다. 엄마 젖을 잘 삼키지 못하고 대소변량도 적어 수차례 병원에 갔지만, 염색체 검사 결과는 늘 정상이었다. 하지만 엄마 김윤희(가명·44)씨는 민재를 데리고 평소 가던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왜 아이를 이 지경이 되기까지 놔뒀냐”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정밀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진단서에는 심장질환, 폐렴,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연하곤란증 등이 열거돼 있었다. 설상가상 혈관이 기도와 식도를 휘감은 채 민재의 숨을 조이고 있어 긴급 혈관절제 수술도 받아야 했다.
자가 호흡에 어려움을 겪던 민재는 5살 때까지 산소호흡기를 달고 살았다. 잠깐 병원 밖 외출이라도 하는 날이면 산소통과 온갖 기기들을 갖고 나서야 했다. 병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가족의 생활도 힘겨워졌다. 당시 교회 부목사였던 아빠의 사례비로는 민재의 일주일 입원비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수술이나 입원비 정산 등 목돈이 나갈 때마다 전세금을 빼 더 좁은 집으로 이사를 다녔다.
아빠는 아들의 치료를 위해 낮엔 목회를, 밤엔 음식 배달과 대리운전을 했다. 일하면서 사고도 잦았고 다치는 일도 많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혹시 성도들 눈에 띌까 봐 동네를 바꿔가며 일했다. 엄마도 민재를 간병하고 두 딸까지 양육하느라 허리가 주저앉았다. 최근엔 허리디스크로 다리가 마비돼 수술까지 받았다.
아직 인지와 언어 능력이 부족해 의사표현이라 해 봐야 부정확한 단어를 몇 마디 하는 정도일 뿐이지만 민재가 생사를 오가던 때를 떠올리면 엄마는 지금이 감사하기만 하다.
“민재가 먹고 싶고 하고 싶은 걸 표현이라도 할 수 있게 된 게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다만 치료를 더 해주고 싶은데 부모로서 해줄 수 없는 게….”
민재는 정부 바우처와 말알복지재단의 지원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복지관에서 작업 인지치료, 특수체육치료를 받고 있다. 덕분에 걷거나 뛰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졌지만, 여전히 쉽게 넘어져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유일한 수입원인 아버지의 사례비는 100만원 남짓. 대출이자 40여만원, 월세 20여만원, 교통비와 생활비 등을 빼면 수중에 남는 돈은 없다. 추가 치료는 엄두를 낼 수 없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엄마 김씨는 거듭 감사를 전했다.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아픈 자녀, 건강한 자녀 모두를 주셨어요. 민재가 없었다면 장애도 배려도 뭔지 몰랐겠죠. 귀한 깨달음을 주시려고 민재를 보내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늘 말해요. 우린 하나님 앞에 특별한 가정이라고, 우리는 완벽한 가정이라고요.”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 (2020년 5월 24일~6월 23일/단위: 원)
△김병윤(하람산업) 김전곤 20만 △김계환 17만 △조동환 10만 △㈜인스월드 고넬료 최명진 한승우 연용제 우만제 최찬영 이윤미 김혜성 5만 △김덕수 심주찬 박정민 황성열 3만 △장영선 김은찬 사랑 임순자 2만 △김진일 김애선 최배화 현승훈 1만
◇일시후원 :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 (예금주: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
◇후원문의 :1600-0966 밀알복지재단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