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vs 바닥, 물러설 수 없는 싸움

입력 2020-06-26 04:04
프로축구 K리그1 FC 서울 선수들이 지난 17일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상주 상무와 가진 7라운드 원정경기를 0대 1로 패배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각각 역대 최악의 부진에 빠진 프로축구 K리그1 FC 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가 주말 맞붙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축소된 리그 일정이 그새 3분의 1 지나간 터라 더 가라앉았다가는 반등 여지조차 희박하다. 서울은 수도 명문 구단으로서의 자존심이, 인천은 시민구단으로서 창단 이래 단 한 번도 강등을 당하지 않았던 역사가 상처를 입을 위기다.

서울은 27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인천을 불러들여 하나원큐 K리그1 9라운드 홈경기를 치른다. 서울은 지난 20일 울산 현대에 지면서 5경기 연속 패배를 이어가고 있다. 2004년 서울에 자리를 잡은 뒤 역대 최다 연패 기록이자 전신인 안양 LG 시절까지 합해도 역대 2번째 기록이다. 팀 순위는 꼴찌 인천 바로 위다. 불과 4시즌 전까지만 해도 리그를 우승할 만큼 강력했던 구단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몰락이다.

서울은 지난달 말 이른바 ‘리얼돌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지만 이어진 3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 승리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오랜 시간 서울의 영광을 함께한 ‘독수리’ 최용수 감독의 지도력이 선수단을 다잡는 듯했다. 그러나 이어진 성남 FC와의 경기에서 일격을 얻어맞더니 전북 현대와 대구 FC에 대패를 당하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대구에 당한 0대6 패배는 역대 구단 최다 점수 차 패배였을 정도로 굴욕스러웠다. 여기에 최용수 감독의 건강 이상설, 구단 운영진과 감독 사이 불화설까지 겹쳤다.

지난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강원 FC와 5라운드 홈경기를 1대 2로 패배한 뒤 아쉬워하는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 연합뉴스

인천은 상황이 더 안 좋다. 서울보다 한 경기 더 많은 6연패 중이고 그나마도 여태 승리가 없다. 6연패는 팀 창단 이래 가장 긴 연패 기록이다. 열악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매 시즌 강등 위기에서 살아남아 ‘생존왕’으로 불렸지만 올 시즌이야말로 심상치 않다. 순위도 꼴찌지만 바로 위 서울과도 승점 차가 4점이나 난다. 심지어 이 다음 10라운드 경기는 우승후보인 울산과의 경기다. 서울에 이번 경기를 내주면 승점 차가 더 벌어지기에 어떻게 해서든 상대를 잡아야 한다.

인천은 올 시즌 수비 강화를 위해 4백 전술을 버리고 3백으로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여태까지 8경기에서 상대에게 11골을 내주면서 사실상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기대를 품었던 주전 공격수 케힌데가 시즌 아웃 판정을 받으며 공격진의 무게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현재 주장 김호남이 넣은 2골 외 득점은 무고사가 넣은 페널티킥 1골이 전부다. 중요한 고비마다 실수를 연발하는 수비진은 물론 후반 들어 공간을 자주 내주는 미드필드, 후방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공격진의 무딘 칼날까지 전력상 총체적 위기다.

이외에 하루 전날인 26일에는 7위 광주 FC와 5위 포항이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는다. 광주는 지난 라운드에서 전북에 원정 0대 1 석패를 했지만 경기 내용이 나쁘지 않았고 이전 경기까지도 3연승을 거둔 터라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 포항 역시 ‘1588(일오팔팔)’ 조합으로 불리는 외국인 선수 4인방 일류첸코 오닐 팔로세비치 팔라시오스의 활약이 무시무시하다. 양 팀에게 모두 상위권 도약을 위해 중요한 길목이 될 수 있어 눈여겨볼 만한 경기다. 이외 부산은 27일 성남을, 대구는 강원을 홈으로 불러들여 일전을 펼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