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바퀴 돌아 70년 만에… 국군 유해 147구 조국 품으로

입력 2020-06-25 04:02
미국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서 23일(현지시간) 열린 6·25전쟁 참전용사 유해 인수식에서 국군 유해발굴감식단이 전사자 유해를 태극기로 싸고 있다. 북한에서 발굴돼 하와이로 보내진 뒤 감식을 통해 국군 전사자로 판정된 유해다. 인수식을 마친 유해 147구는 24일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국방부 제공

6·25전쟁에서 숨진 국군 용사 147명이 전쟁 70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꿈에 그리던 고국의 품에 안겼다. 북한에서 발굴된 이들 유해는 미국 하와이를 거쳐 공군 공중급유기 시그너스(KC-330)로 봉환됐다. 유해가 북한에서 하와이, 하와이에서 다시 서울까지 1만4600여㎞를 돌아 고국 땅을 밟은 것이다.

이들 참전용사는 1990~94년 발굴돼 미국에 전달된 유해(208개 상자), 200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뒤 미국에 전달된 유해(55개 상자) 안에서 발견됐다. 특히 90년대 전달된 유해는 격전지였던 평안남도 개천, 평안북도 운산, 함경남도 장진호 일대에서 발굴된 것이다. 한·미는 앞서 2012년 12구, 2016년 15구, 2018년 65구 등 3차례에 걸쳐 용사들의 유해를 국내로 봉환했었다.

한·미는 공동감식을 거쳐 147구를 국군 유해로 판정했다. 발굴 지역에서 전투한 미국 7사단, 2사단 등 전사자 명부 등을 확인해 신원을 특정할 예정이다. 국군은 전쟁 당시 미군에 소속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하진호 일병 등 7명의 신원만 확인된 상태다. 하 일병은 미 7사단 소속으로 참전했다가 1950년 10월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했다. 그는 슬하에 딸 둘이 있었다고 한다.

유해는 이날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앞서 유해를 안치한 공중급유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하자 공군 비행기 6대(F-5, F-15K, FA-50 각 2대)가 엄호했다. 이 중 F-15K 조종사 강병준 대위는 6·25 참전 조종사 고 강호륜 예비역 준장의 손자다.

정부는 25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거행되는 6·25전쟁 70주년 공식행사에서 유해 147구를 최고의 예우로 맞이할 예정이다. 올해 행사는 ‘영웅에게, Salute to the Heroes(영웅에 대해 경례)’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22개국의 유엔 참전국 정상들이 처음으로 보내온 우정과 평화의 메시지를 상영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4일 6·25전쟁 70주년 한·미 공동발표문을 냈다. 에스퍼 장관은 대한민국 방위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공약을 확인했고, 양 장관은 “현재와 미래의 도전에 대응하면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진화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을 향해서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과 9·19 남북군사합의 등에 따른 약속을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한·미 국방부는 정보 공유와 고위급 정책협의, 연합연습 등을 통해 역내 평화와 안정을 계속 증진시켜 나가기로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