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인국공 사태’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보안검색원 등 비정규직 2000여명을 직접고용하겠다고 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1호 사업장’ 명색이 무색하게 안팎의 반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회사 내부에선 보안검색원·소방대 노조가 다음 주 총투쟁을 선언했다. 이들은 ‘2017년 이후 입사자 800여명은 NCS(직무기초능력)를 통과해야 정규직이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한다. 바깥에선 취업준비생들을 중심으로 한 ‘역차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천공항이 노사 간 협의와 달리 일방적으로 직접고용을 발표한 탓에 모두가 불만족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인천공항 보안검색원·소방대 노조는 이번 주에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주 총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은 직접고용 대상 2143명 중 2017년 5월 이후 입사한 800여명은 NCS 등 공개채용 절차를 통과해야 된다는 회사 방침에 반발한다. 소방대 직원들은 당장 27일 필기시험을 앞뒀다. 공민천 보안검색서비스노조 위원장은 24일 “지난 2월 노사가 ‘우선 자회사 정규직 전환’에 합의하고 향후 직접고용 시 공개채용 탈락자 구제방안도 협의 중이었는데, 회사가 일방적으로 내년 직접고용 방침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들 노조는 사측에 공개채용 탈락자 구제방안 마련 및 현직자 대상 공개채용 수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NCS 등 공개채용 절차는 2월 합의된 사항이어서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노사 간 진통이 예상된다. 다만 인천공항은 공개채용 탈락자에게 추가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바깥에선 ‘역차별 논란’이라는 다른 결의 후폭풍이 진행 중이다.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글은 게시 이틀 만에 정부 답변을 듣는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표현하기 위해 SNS에 부러진 펜 사진을 올리는, ‘부러진 펜운동’도 확산하고 있다. 역차별 논란을 타고 ‘로또취업방지법’을 발의하겠다는 정치인까지 나왔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청년 취업 공정성 훼손을 막기 위해 로또취업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인천공항이 ‘비정규직 제로’ 만료 기한을 앞두고 서두른 탓에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직접고용 과정에서 탈락자가 대거 나오면 갈등은 더욱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비정규직 제로라는 명분이 무색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채용 절차를 보안검색 직무에 특화된 평가 방식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공항과 보안검색노조는 이날 자료를 내고 ‘알바생이 연봉 5000만원을 받게 된다’는 등 그간 나온 의혹에 반박했다. 인천공항은 “보안검색원은 2개월간 교육을 받고 정부 인증평가를 통과해야 해 근무까지 1년 이상이 걸린다. 알바생이 아니다”고 했다. 또 “이들은 직접고용 후에도 자회사 정규직과 동일 수준의 연봉(3850여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보안검색노조는 “공항 이용자의 생명·안전을 지키는 보안검색직을 알바라고 폄훼하는 시선에 직원들은 눈물을 흘린다”며 “보안검색직은 몇 년마다 바뀌는 하청사가 아닌 책임 있는 기관이 직접운영하는 게 정상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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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