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오이 머리 맛 써… 기본소득 공식 논의 신중해야”

입력 2020-06-25 04:04
사진=연합뉴스

이낙연(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정치권의 기본소득 논란에 대해 “그런 논의를 당이 공식적으로 시작하는 것은 빠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논쟁적 사안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무르익기도 전에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결론부터 말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선언 시기에 대해선 “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된 후 제 거취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출마선언 시점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최종 보고회를 열고 활동을 마무리했다. 위원장을 맡은 이 의원은 보고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소득제를 비롯해 보편적 증세, 비대면 진료 등 최근 논쟁이 됐던 사안들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 의원은 “논쟁적인 문제에 먼저 빠져드는 것은 지혜롭지 않을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논쟁적 이슈들을 맛이 쓴 ‘오이의 머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오이를 머리부터 먹으면 써서 못 먹고, 꼬리부터 먹으면 상당한 정도까지 먹을 수 있다”며 “오이의 꼬리처럼 먹을 수 있는 것, 견해차가 별로 없고 대부분이 당위성을 인정할 만한 것들을 해결해가면 문제가 쉬워질 수 있다”고 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기 위한 보편적 증세 문제에 대해서도 ‘오이론’으로 답했다. 이 의원은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포함해 사회 안전망 확충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세수와 세입은 얼마나 더 필요한지에 대한 계산이 나오기도 전에 증세 논쟁을 벌이는 것은 오이 머리부터 먹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국난극복위는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한 각종 입법 과제를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이미 발의된 법안을 포함해 발의 예정인 법안까지 총 31개 법안을 공개했다. ‘즉시 과제’로 산업 데이터와 AI 등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산업 혁신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디지털 기반 산업 혁신성장 촉진법 등을 제시했다. 공공·민간 데이터 정책 컨트롤타워 설립을 위한 데이터청법 등 중장기 과제도 보고서에 담겼다.

이날 보고회에는 김태년 원내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 김진표 조정식 윤관석 이광재 의원 등 다선 중진 의원들을 비롯해 의원 40여명이 대거 출동했다. 국난극복위 비상경제대책본부장을 맡은 당내 ‘경제통’ 김진표 의원은 “정부가 적시적소에 여러 대책을 잘하고 있지만 수세적인 부분이 있다. 우리의 강점을 살린 공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