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사진)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를 지시했지만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북한 당국이 계획 철회가 아닌 보류라고 분명히 밝힘으로써 대남 공세를 언제든 재개할 수 있음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이번 보류 결정이 내려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가 본회의가 아닌 예비회의였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가 24일 공개한 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 보도문은 북한의 과거 보도 관행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중앙군사위 본회의 개최 전에 따로 예비회의를 갖고 그 결과를 북한 주민과 외부 세계에 공표한 것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 있는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중앙군사위 예비회의는 과거에 보도된 적이 없어 매우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며 “예의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살라미 전술’을 구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비회의에 이은 본회의 절차가 남아 있음을 강조함으로써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가 잠정적 조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이날 저녁 공개한 담화에서 “위협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보류’가 ‘재고’로 될 때에는 재미없을 것”이라며 우리 국방부를 향해 “현명하게 사고하고 처신하라”고 경고했다.
예비회의에서 ‘전쟁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이 언급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신형 전략무기 개발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총책인 리병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도 참석했다.
북한이 김 위원장 주재 회의를 화상으로 연 것도 전례가 없다. 북한 매체는 과거 김 위원장이 참석한 회의가 열릴 때마다 사진을 첨부해 왔지만 이번에는 공개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화상회의를 열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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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