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약 개발 기업인 SK바이오팜이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주 청약에서 323.0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기업공개(IPO) 신화’를 새롭게 썼다. 청약에 참여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납입한 증거금도 30조9883억원으로, 2014년 12월 제일모직의 청약 증거금(30조635억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SK바이오팜은 SK의 생명과학 사업 부문이 2011년 4월 물적 분할돼 설립된 회사다. 난치성 뇌전증(간질) 신약인 ‘엑스코프리’를 지난달 미국 시장에 출시하며 올해 IPO 시장의 최대어로 주목받았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틀간 진행된 SK바이오팜의 일반 공모주 청약에 총 23만838건(12억6485만3070주)이 접수됐다.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325.17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고 한국투자증권(351.09대 1)과 SK증권(254.47대 1), 하나금융투자(323.24대 1) 등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1만주(4억9000만원)를 청약한 투자자라면 증권사에 따라 28~31주를 받게 될 전망이다.
이날 4개 증권사 지점에는 청약 마감 시간(오후 4시)까지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증거금을 넣으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마감 직전에 청약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증권사로 증거금을 넣거나 심지어 넣었던 돈을 옮기는 ‘눈치작전’이 치열해 주관사별 경쟁률 차이가 크지 않았다”며 “일반적으로 마지막 날 청약이 몰리는 점을 감안해도 역대급 열기였다”고 전했다. SK바이오팜은 다음 달 2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다.
SK바이오팜이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주목받은 건 낮은 공모가가 1순위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가 산정한 SK바이오팜의 시가총액은 5조~6조원 수준인데,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3조8900억원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엑스코프리를 비롯해 세노바메이트 등 신약 개발 능력을 입증하며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투자 수요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시장 컨센서스(예상치)보다 20% 낮은 공모가에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가속화된 바이오주 열풍까지 겹치며 뭉칫돈을 든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이 국내 IPO 역사를 새롭게 쓰면서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침체됐던 IPO 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향후 상장할 바이오 기업이 무조건 로또 복권처럼 수익을 보장한다고 생각해선 위험하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