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실업 충격시 46만 가구 1년 내 위기

입력 2020-06-25 04:0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발 실업 충격으로 임금근로자 최대 46만 가구가 1년 내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실이 우려되는 금융부채는 약 52조원 규모다.

한국은행은 24일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실업 충격을 감내할 수 있는 기간이 1년 미만인 임금근로 가구가 약 45만8000가구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금융부채를 보유한 전체 임금근로 788만가구의 5.8%다.

이들 가구는 1년 뒤부터는 금융자산 등으로 필수 소비와 대출금 상환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씀씀이를 줄이거나 어떤 식으로든 대출을 더 받지 못하면 채무불이행이나 파산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 규모는 52조2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번 점검은 실업 증가폭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수준에 이르는 상황을 가정했다. 일자리를 잃는 상용직과 임시일용직 가구 비율이 각각 3.7% 포인트, 12.3% 포인트 늘어나는 경우다.

실업 충격 감내 기간 6개월 미만 가구는 28만9000가구로 1년 미만 가구의 63.1%를 차지했다. 말이 1년 미만이지 10가구 중 6가구는 반년 안에 위기를 맞는다는 얘기다. 이들이 짊어진 금융부채는 33조6000억원 규모다.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임시일용직 가구는 상용직보다 이른 기간 안에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안에 적자를 겪는 임시일용직은 11만3000가구로 상용직(7만8000가구)보다 44.9% 많았다. 고용형태별로 전체 가구 중 감내 기간 1년 미만 비율은 임시일용직(13.1%)이 상용직(3.8%)을 크게 웃돌았다.

자영업 가구는 매출 감소 충격이 코로나19 확산 직후 수준을 지속하는 경우 전체 302만 가구 중 10%에 달하는 30만1000가구가 1년 안에 유동성 부족을 겪었다. 이 가운데 61.1%인 18만4000가구가 6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이들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각각 59조1000억원, 37조원 수준이다.

가구당 평균 금융부채는 자영업 가구가 1억34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상용직과 임시일용직은 각각 1억원, 5400만원을 보유했다.

한은 금융안정국은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고용 여건이 외환위기 수준으로 악화되면 임금근로 가구의 채무상환 능력이 저하되면서 대출 부실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영업 가구는 숙박·음식업 등을 중심으로 적자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잠재 부실 규모가 상당폭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