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반중감정 격화… 현지 거주 왕서방들 떤다

입력 2020-06-25 04:08
지난 18일 인도 보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을 불태우는 인도 시위대. EPA연합뉴스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중국과 인도의 국경 충돌 이후 인도에서 반중 감정이 격화되면서 현지 중국인들이 신변 위협에 떨고 있다. 중국인들은 가게나 식당 문을 닫고 외출도 자제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인도에서 반중 정서와 중국 제품 보이콧이 확산되면서 현지 중국인들이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인도에서 유학 중인 청펑씨는 “뉴델리의 유명 시장에서 힌두어와 영어로 쓰인 ‘보이콧 차이나’ 낙서를 볼 수 있다”며 “일부 중국인은 불가피하게 밖에 나가야 할 때는 스틱을 들고 다니며 자신을 보호한다”고 말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회사 앞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중국산 제품을 부수는 뉴스도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인도의 우파 학생단체는 콜카타 주재 중국 총영사관 앞에서 반중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또 다른 우파단체 회원들은 뉴델리에서 반중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구금됐다. 뉴델리에서는 중국대사관 표지판이 훼손되기도 했고, 시위대가 중국 국기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포스터를 태우기까지 했다.

뭄바이에 사는 한 중국인은 “인도 경찰이 지난 18일 현지 거주 중국인 서류를 무더기로 들고 찾아와 신분증을 확인하고 적법한 체류인지 등을 조사하고 갔다”고 말했다.

뉴델리에서 30㎞ 떨어진 구르가온 거주 중국인은 “경찰이 중국인들의 거주지를 방문해 ‘외출을 자제하고, 폭력적인 반중 시위로부터 스스로 보호하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중국계 인도인들이 중국인과 생김새가 비슷하다며 공격을 받았다는 뉴스도 있었다. 중국계 인도인 우모씨는 “최근 차이나 보이콧 때문에 미용실과 중식당 문을 닫았고, 한자로 된 간판조차 현지인의 반중 감정을 부추길 수 있어 우려된다”며 “반중 정서는 중하위 계층에서 더 심한데, 코로나19 때문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반중 시위를 통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기술과 기업도 보복 대상이 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국경 충돌 이후 자국 국영통신사의 4G 휴대폰 네트워크에 중국산 설비 구매를 금지할 방침이며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도 중국 기업 배제를 종용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2일 보도했다.

중국은 국제분쟁 발생 시 거대한 자국 시장과 구매력을 무기화하는 ‘보이콧 외교’를 펼쳐왔는데, 중국 기업의 국제 진출이 보편화된 지금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