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항에서 귀국행 항공기에 탑승하기 위해 코로나19 음성 검사지를 위조한 중국인들이 적발됐다. 감염 사실을 숨기고 공항을 통과하는 이들로 인해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주러 중국대사관이 지난 21일 코로나19 핵산검사 결과지를 위조해 중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던 중국인을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검사지를 위조한 이유는 중국의 엄격해진 입국 관리 절차 때문이다. 중국은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입국하는 항공기 탑승객에게 출국일 기준 5일 이내에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검사지를 지참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모스크바에 있는 주러 중국대사관은 위조 사실이 드러난 다음 날인 22일 위챗 공지를 통해 “해당 승객들은 비행기 탑승객과 승무원에게 중대한 보건상의 피해를 입혔고 중국의 방역 노력을 기만했다”고 비판했다. 또 “위조자들은 조사를 받고 있으며 죄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인에 의한 코로나19 검사지 위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주러 중국대사관은 지난달 29일에도 조작된 검사지를 제출한 중국인을 적발해 경고한 바 있다. 위조범 수와 위조 방법, 탑승 공항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발 감염 차단에 집중해온 중국은 위조된 검사지로 입국하는 자국민이 잇달아 적발되자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SCMP는 “중국은 이미 지난 4월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러시아 국경을 ‘최전선’으로 규정했다”며 “중국 보건 당국에 있어 러시아발 감염을 차단하는 것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달 초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헤이룽장성 무단장시에서는 15명이 집단감염돼 65만명이 넘는 사람이 검사를 받아야 했다”며 “시 방역 당국은 러시아에서 유입된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진땀을 뺐다”고 전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러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미국과 브라질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60만명에 육박한다. 사망자도 8300명을 넘어섰다.
중국 보건 당국은 이번 사건과 베이징발 집단감염 사이에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장영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CDC) 부소장은 지난 19일 “초기 역학조사 결과 신파디 시장에서 나온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은 유럽에서 건너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쭌유 CCDC 수석 전염병학자도 “신파디 시장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가 2~3개월 전 베이징에서 나온 것보다 유럽 변종과 더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